92년 6월 미국 컴퓨터업계는 경악했다. 컴팩사가 486급 PC(개인용컴퓨터)
를 8백달러대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같은급 기종가격이 2천달러
가 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격이 어느정도 컸을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컴팩의 전략은 경쟁업체들을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 세계 PC업계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서둘러 가격을 내렸다.
가격인하전쟁이 촉발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컴팩은 IBM,애플을 누르고 PC분야에서 세계 정상자리에
올랐다. 미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사는 최근 컴팩이 올들어 지난달
까지 세계PC시장 공급물량 점유율면에서 9.5%를 차지,선두주자라고 확인
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 컴팩은 PC분야 정상등극을 기념이라도 하듯 또다시
가격을 인하했다. 그리고는 새로운 공세를 시작했다. 이번 공세는
종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대형컴퓨터를 대체할수 있는 새제품을 내놓고 중대형 컴퓨터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IBM HP등에 직접 도전장을 내민거나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컴팩의 도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
들은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컴팩은 현재 추진중인 전략이 성공할
경우,PC분야뿐 아니라 모든 하드웨어부문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팩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전략은 단순하다. 가격을 내리는
일이다.

그것도 경쟁사들이 도저히 따라올수 없을 만큼 제품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전략에 컴팩은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지금까지 컴팩은 이정책을 성공적으로 밀고 나왔다.

지난 92년부터 해마다 평균 30%정도는 가격을 내렸다. 그에 따라 컴팩의
마진율은 지난 90년 매출액대비 43%에 달했으나 올초에는 27%로 떨어졌다.

그러나 순익규모는 훨씬 늘어났다. 올 1.4분기중 순익은 2억1천3백만달러
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족한 것이었다. IBM이나 애플,델컴퓨터,AST등은 컴팩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아예 이익내기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컴팩은 어떻게 이같은 일을 가능케 만들었는가. 컴팩은 우선 매킨지등
경영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아 생산라인 효율화및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완제품 조립에 들어가는 부품숫자를 크게
줄이고 개인별 생산성과 비용을 정확히 측정할수 있는 회계기법도 도입,
비용을 낮췄다.

또 판매담당인력의 숫자도 크게 줄였다. 현재 판매인력은 지난 91년에
비해 3분의1정도로 감소했다. 대신 이들을 회사에 출근하지않고 집에서
근무하도록해 사무실비용을 절감하는등 생산비용을 줄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컴팩은 부품공급업체들과 협조,전체 생산비의 85%
가량을 차지하는 원자재비용을 줄이려 시도하고 있다. 부품공급업체들에
자사의 휴스턴공장근처로 생산설비나 창고를 이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필요부품을 즉시 공급받을수 있는 것은 물론 부품을 보관해야할
창고비용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몇몇 부품업체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캔자스시티소재 판금업체
인 펠스 툴&다이사는 이미 컴팩의 휴스턴공장으로부터 15분거리에 창고를
지어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여름부터는 제품생산도 이곳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에 따라 컴팩의 인건비는 지난 2년간 75%나 줄었으며 이제는
제품 생산비용중 인건비의 비중이 2%를 넘지 않게 됐다. 반면에 1인당
매출액은 71만3천달러로 IBM이나 델컴퓨터의 2배를 넘어섰다.

생산비절감차원외에도 이회사는 제품개발과 관련,마케팅조사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있다.

지난 91년 경험한 쓰라린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되새기며 어떠한 제품을
계획하면 우선적으로 마케팅조사를 실시,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한 뒤 가격대
를 결정하고 제품엔지니어링에 들어가는 순서를 밟았다.

올해는 컴팩의 재도약 원년으로 기록될수 있을 듯하다. 엑커드 파이퍼회장
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96년에는 PC부문에서 확실한 1위자리를 굳히는 동시
에 중형컴퓨터 시장에서도 선발주자들과 경쟁할수 있을 전망이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