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이제 연준리로 넘어갔다"

지난주 달러화가 뉴욕시장에서 일본엔화나 독일마르크화에 대해 폭락에
가까운 약세를 보임에 따라 미연준리(FRB)가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화폐의 가치를 지탱해야 할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으로서의 FRB의무가 강조
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시장전문가들은 이번 달러화약세가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의 엔화
에 대해서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는 미국통화당국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한 불신에서 야기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FRB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든지 선진국중앙은행들이 다시 손잡고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든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화가 일본엔화에 대해 2차대전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다음날인 22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미하원예산위원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인플레를
우려한 FRB의 금리인상조치와 달러화지지정책간의 관계를 설명할 것을 추궁
받고 "최근의 달러약세에 즉각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대답
했다.

다만 재무부와 함께 외환시장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회의 걱정은 국내경제성장과 실업에 있다. 장기금리상승을 부추기지
않고 따라서 미국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어느정도의 달러화약세는
묵인할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여기에 FRB의 고민과 딜레마가 있다.

달러화가치방어를 위해서는 시장의 희망대로 어느정도의 금리인상이 필요
하지만 그로 인해 미국경기회복이 둔화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FRB로서는 지난 5월초의 경험에서처럼 중앙은행들의 협조적인 시장개입이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효과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린스펀의장은 이날 의회증언에서 당장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미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현재의 장기금리수준
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그 책임을 재정적자와 불투명한 조세정책에
떠넘김으로써 의원들의 화살을 행정부쪽으로 돌렸다.

그린스펀의 의회증언을 들은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외환상황을 더
지켜본 뒤 금리인상으로 달러화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추가인상이 빠르면 7월5일로 예정된 공개시장
위원회(FOMC)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고 있으나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FRB가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내경제상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국제상품시황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달러화약세가 계속됨으로써
인플레우려가 팽배해지는 명분이 갖춰질때 금리에 손댈 것이라는 분석이다.

FRB의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국내경제를 보는 시각이 행정부와 크게
다른데 원인이 있다.

FRB가 안고 있는 고민 자체가 인플레억제를 통해 달러화가치를 지킬 것이냐
아니면 성장가속화를 위해 어느정도의 인플레는 묵인할 것이냐인 것도
이같은 갈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미국경제가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으나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0년동안 가장 밝은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관리들의 입장은 비관적이어서 올들어 4번이나 단행된 FRB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회복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주에 있었던 달러화폭락파장이 그날(22일) 발표된 미국의 대외
수지악화로 촉발됐다는 점은 행정부쪽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린스펀의장은 통화정책의 중립성, 즉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긴축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FRB가 넘어 온 볼을 얼마나 멋있게 되받아 칠지에 온세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