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형철특파원]올해 일본의 춘투는 너무나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쪽으로 선회한 결과
이다.

일본기업들의 올 임금인상률을 보면 94년춘투는 노조측의 "완패"로 비쳐
진다.

일본의 전산업평균임금인상률은 3%선에 그치고 있다.

당초 노조대표인 "연합"이 요구했던 7%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써 일본민간기업의 올 임금인상률은 지난 87년의 인상률 3.56%를
밑도는 역대 최저기록을 세웠다.

이는 거품경기붕괴이후 장기간의 경기위축, 엔고등으로 춘투환경이 노조측
에 매우 불리하게 전개된 때문이다.

경영자측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경제가 어려운 점을 들어 "임금동결"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노조의 임금인상안을 수용하려면 "대량해고"에 의한 경비절감이
불가피하다며 "임금"과 "고용"중에서 택일하라고 맞서왔다. "임금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던 노조는 결국 "고용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선택한 것이다.

일본춘투를 주도하는 금속노협소속의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중기노조들이
지난주 타협안을 받아들임으로써 금년춘투는 결말이 난 셈이다.

자동차업계의 올 임금인상률은 정기승급분을 포함, 2.89~3.06%선. 이는
지난해의 3.68~4.12%보다 1%포인트정도 낮아진 것이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2.89%(8천4백엔)로 작년보다 2천엔, 도요타자동차는
3.06% 인상으로 작년인상액보다 역시 2천엔이 줄었다.

경기위축으로 업적이 악화된 철강회사들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1.56%(4천
5백엔)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2.65%(7천5백엔) 인상때보다 3천엔이 밑도는
셈.

마쓰시타전기 히타치 NEC등 전자전기업종의 인상률은 3%로 지난해의
3.6%보다 0.6%포인트를 밑도는 실정이다.

호황을 구가하는 조선업종의 경우도 임금인상률은 3%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엔고등으로 조선의 국제경쟁력이 한국등에 뒤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인건비를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는게 경영자들의 논리이다.

스미토모중기계의 올 임금인상률은 3.38%로 지난해의 4.46%보다 1.08%
포인트가 낮다. 또 히타치조선은 3.28%로 지난해의 4.31%보다 1.03%포인트
가 적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지난해의 4.18%에서 올해는 3.26%로,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도 지난해의 4.25%에서 올해는 3.29%로 낮췄다.

일본의 "춘투"는 박진감이 없고 사전 각본대로 진행되는 "연례행사"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경기가 좋을때는 나쁠때를 대비해야한다는 논리로,경기가 나쁠때는 나쁘기
때문에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상식처럼 돼있다. 그래서
경영자들이 노조의 주장을 거부해도 파업이 일어나는 예는 극히 적다.
이런 특성때문에 조합원들의 노조탈퇴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노조에
별로 기대할께 없다는 실망감때문이다.

제2차대전이후 최대의 불황이라는 "평성불황"하에서 일본노동조합운동은
중대한 갈림길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연공서열 종신고용제라는 일본식경영이 크게 흔들리고 이제는 희망퇴직
이나 해고등 고용불안정문제에 직면해 있다. 임금인상안을 관철시키면 회사
가 더 어려워지고 리스트럭처링을 하려면 인원정리가 불가피하다.

지난 55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춘투는 이같은 경영환경변화로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야마기시아키라 연합회장은 기업별 실적에 관계없이 "하방평준화"의 임금
인상을 가져오는 현행 춘투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자측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현행 춘투의 존재가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경연등에서는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임금인상을 위해 교섭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꼬집고 있다.

일경연의 나가노 회장은 "보다 좋은 방식으로 바꿨으면 좋은데 아직
구체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춘투의 성격과 방식을 개선하려는 일본경제계와 노동계의 움직임은 이제
부터 본격화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