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수년간의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외환보유고가 급증하면서
아시아의 막강한 채권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수요가 급증하자 세계은행 차관및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중국이 다른 나라의 채권을 매입하는등 아시아의 전주 노릇을
하고있다는 점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10여개 중국 금융기관들은 작년말부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드래곤 본드"(홍콩달러표시) 물량의 15~20%를 사들였다
고 홍콩과 싱가포르등지의 금융기관들은 밝히고 있다.

채권 발행자가 중국계 기업인 경우 중국 투자가들의 매입량은 이보다 많아
25~3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이 거의 무시될
정도로 미미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중국이 외국채권 투자에 처음 실력을 과시한 것은 작년10월 제너럴
일렉트릭 캐피탈사가 3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을 때이다.

GE캐피탈사는 당초 일본 금융기관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발행 물량의 30%가 중국 금융기관들에 의해 소화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그동안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등이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미국재무성채권등을 매입하는등 각국 정부및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왔으나 최근 중국이 이들 아시아의 "큰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 각지의 금융전문기관들도 중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등과
비교해볼때 지난5년간 가장 빨리 성장하는 투자국이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빠른 시일내에 금융투자국으로 성장하는데는 최근 수년간
연간 12~13%의 GNP성장률을 기록하는등 고도성장을 거듭한 것이 큰 밑거름
이 됐다.

작년 9월30일 현재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는
4백14억달러에 달하며 92년 12월에는 4백50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 90년말과 비교하면 거의 50% 이상 늘어난 액수이다.

이와함께 중국은행이 전세계에 지점망을 운영하며 금융거래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 온것도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중국이 이처럼 채권투자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채권거래가 가능한
금융기관수는 10여개밖에 없는등 걸림돌도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세계 어느곳에서도 볼수 없을 정도로 활황세를 타고있어 앞으로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