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포괄경제협상이 타결시한(2월11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시한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일수출을 늘릴 목적으로 시작된 이 협상은 미일당사자는
물론이고 세계각국의 커다란 관심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 미일무역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뀔수 있는데다 이들과 교역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뜻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의 대일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그에따라
양국간 엄청난 무역불균형은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이경우 양국통상관계가
호전되고 그에따라 세계통상분위기도 밝아지게 된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
의 시장개방요구를 끝내 거부,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이 대일무역보복을 취하
는등 양국통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있다. 양대무역국인 미국과 일본
의 통상관계악화는 세계통상질서를 교란시킬 여지가 커 다른 나라들도 이
협상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타결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재까지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어 협상진전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과거 어느협상때보다 강경하게 일본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소위 수치목표제라는 대일시장개방카드를 들고 나와
일본을 윽박지르고 있다. 즉 일본의 수입확대및 시장개방목표치를 숫자로
정해놓고 이를 지키라고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수치목표설정을 요구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미국은 과거 부시정권때 구조조정협의(SII)라는 이름으로 무역협상을 벌여
일본과 몇가지 시장개방협정을 맺었지만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SII대신에 새로 개시된 포괄경제협상에서는 일본시장
개방 정도를 숫자로 명기,일본시장을 확실하게 개방시키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정상회담때까지 협상이 타결
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해왔다. 대통령령으로라도
슈퍼301조를 부활시켜 일본에 무역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수치목표설정요구를 관리무역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한사코
수용을 거부,협상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수치목표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의 자유무역정신과도 어긋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일본의 한 통상관리는 최근 "호소카와일본총리가 클린턴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수치목표제를 수용할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것"
이라고 말해 일본정부의 강경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개혁법안부결로 곤경에 처해있는 호소카와총리가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도 없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7월 맺은 포괄경제협상기본틀에서 우선 내달 11일까지
자동차및 자동차부품 보험 정부조달등 3개분야에 대해 시장개방협정을
체결키로 약속했다. 이후 올8월까지는 환경보호 기술개발 인적자원개발
인구문제 AIDS퇴치등 5개분야에서 상호협력협정을 맺기로 돼있다.

대부분의 국제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 타결되는 속성으로 볼때 미일협상도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난 5개월동안
한치의 양보도 없이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할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강하다.

앞으로 타결시한까지 남은 10여일은 미일양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무역환경
명암을 좌우할 중대한 시기라는데 국제통상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