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형철특파원] 일본 정국이 혼미로 빠져들고있다. 지난21일
정치 개혁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된이후 정국은 해법없는 여야 교착
상태를 계속하고있다. 정국의 혼미와 더불어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계에도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연립정권 제1당인 사회당 일부의원의 반발로 법안이 부결됨
으로써 호소가와 정권은 지난해 8월발족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국이 표류하면서 여타 정치 일정도 차질을 빚고있다. 우선 오는
2월11일로 예정됐던 미일정상회담도 일정준수가 불투명해졌다. 일본
정부는 미일정상회담을 2월 하순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이는 미일간의 무역문제 협상에 장애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22일 벤슨 미재무장관과 호소가와 총리의 회담은 이같은 상황변화를
적절히 드러낸것이다. 벤슨 장관은 회담직후 지난해 미일간에 합의한
포괄경제협상 기본틀의 재검토를 거론 할만큼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동적인 일본 정국 사정상 김영삼대통령의 3월중 방일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국불안으로 가장 속을 태우는 쪽은 역시 일본 경제계다. 일본
정부는 정치개혁 법안 처리에 최우선 비중을 두고 94년도 회계법안
처리를 2월로 미루었지만 또다시 순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일께 발표될 예정이던 긴급 경기대책도 이미 시기를 넘기고
있다.
소득세 감세등 경기부양을 위한 세법개정도 시급하지만 이것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에따른 공공사의 발주 지연등으로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정치일정의 표류는 일본 증시에도 타격을 주고있다. 도쿄증시는 최근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있었으나 개혁법안의 부결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벌써 24일 도쿄증시는 오전장 종가가 4.3% 떨어
졌다.

일본 정국을 혼미로 몰아넣고있는 정치 개혁법안은 각정파의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여러가지 시나리오만을 점치게 할뿐 해법은 난마처럼
얽혀있다.
제1의 시나리오는 중의원본회의에 의안을 재회부해 통과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참의원에서 부결된법안이 재회부되면 의결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로 강화되기때문에 이는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의원에서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 법안은 폐기된다. 물론 재발의하지
않더라도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호소가와 정권이 기치로 내건
정치개혁법안이니 만큼 연립여당이 자동폐기쪽을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연립여당측이 고육책으로 던진 제3의 시나리오는 양원에서 합동협의회를
구성해 여기서 개혁법안을 확정짓자는 대안이다. 여당측은 이합동위원회
에서 법안을 확정하는 댓가로 당초 자민당측이 제시한 절충안을 대폭수용
한다는 제안을 던져놓고있다.

자민당측은 여기에 대해서도 지극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이미 부결된 안을 소생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점,
자민당안의 수용한계를 명확히할 것, 개혁법안 대신 정치부정방지법
정도에서 타협할 것등의 역제안을 제시하고있는 상태다.

물론 이같은 교착상태의 이면에는 서로간의 속셈이 팽팽히 맞물려있다.
더구나 서로간에 심각한 내부의 약점을 끌어안고있어 운신의 폭도 좁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자민당측은 정치개혁을 거부했다는 약점을 안고있어 만일 정국이
총선으로 치달을 경우 여론이 불리하다. 더구나 자민당내의 개혁파들이
탈당을 감행한다면 사태는 예측불허로 돌아간다. 정치개혁 법안부결로
일단 협상의 고지를 점한 자민당이지만 제2의 탈당사태가 온다면 이는
또다른 정계개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높다.

연립여당도 제1당인 사회당내 강경파의 심각한 저항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연립여당이 자민당의 타협안을 중심으로 협상을 벌인다면
사회당 강경파의 이탈이 우려되고 이경우 호소가와 정권은 자민당
이탈파와 결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제2의 정계개편인 셈이다.

양측이 모두 물러설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승할 수도 없는 호각의 세를
구축하고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자민당은 내각총사퇴나 총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부심하고있다. 연립여당 역시 출범
불과 반년만의 정계개편이어서 심각한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개혁 법안이 확정되거나 내각총사퇴와 총선이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법안폐기 셋중의 하나로 귀착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때까지 일본
정국은 표류와 이합집산의 긴과정을 통과해야 할것이다.
물론 그싯점까지 미일무역협상이나 경기부양책등이 볼모화되는 상황은
피할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