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각국은 요즘 경기회복 징후를 찾기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이스라엘의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의 안정적 성장 수준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재무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91년과 같은 6% 선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반면 중앙은행은 인플레 재발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한사코 맞서고 있다. 이같은 설전을 바꿔말하면 이스라엘은
지금 경제의 실패 가능성을 놓고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성공에서 파생될
향후 문제점들을 놓고 티격태격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에 체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정은 아직도
풀어야할 난제가 많지만 이스라엘 기업인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
해야할 호재중의 호재였다. 인접국가들과의 화해가 실현될 경우
이스라엘은 바야흐로 중동의 상업및 금융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자 확실한 기대다.

가령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이 이스라엘을 가로질러 지중해
연안의 수출항으로 뻗어나가게 될 것이며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가 이스라엘을 관통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동에
평화가 정착되면 이스라엘은 당연히 연간 재정의 17%를 차지하는 6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사회간접자본과 사회보장정책에 쏟아 붓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난해 3.5% 수준으로 내려 앉았던 국내총생산(GDP)도
거뜬히 6%선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같은 핑크빛 시나리오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비관주의자들은 중동의 영구적 평화정착은 순진한
발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지속적인 적대감
으로 인해 평화협상에서 얻게될 빵조각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국가들의 경제규모도 이스라엘에
비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의 교역역시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경제가 중동의
평화정착을 계기로 비약적 도약을 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열거한 긍정적 요소외에도
이스라엘 정부당국의 과감한 무역자유화정책과 금융개혁, 국영기업에
대한 민영화 추진 등으로 이스라엘 경제구조 자체가 이미 중동의
성장센터로서의 체질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츠하크 라빈이 총리로 당선된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경제성장은 사실 아랍 점령지에 대한 유태인 정착촌 건설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의 3.5% GDP 성장은
7%의 민간소비지출증대와 10%의 수출증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거시경제적 차원에서도 GDP의 4.9%(92년)를 차지했던 재정적자가
지난해에는 3.2%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매우 고무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같은 성장발판을 토대로 올해의 재정적자규모를
GDP의 3%선으로 끌어내리고 인플레와 실업률도 각각 8%와 9.4%
선까지는 낮추는 등 중동경제의 성장센터로서 역할을 갖춰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