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10대 돌풍’을 일으킨 김주형(20)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에 우뚝 섰다.

김주형은 16일 싱가포르의 타나 메라CC 템피니스 코스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총상금 1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친 김주형은 라따논 완나스리짠(태국)과 18번홀(파5)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파에 그친 상대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주형은 2019년 파나소닉 오픈 인디아에 이어 2년2개월 만에 아시안투어 2승째를 신고했다. 당시 17세149일의 나이로 아시안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주형은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나이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안투어가 약 20개월간 문을 닫자 2020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었다. 지난해에는 코리안투어 최초로 10대의 나이에 제네시스 대상과 제네시스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을 독식했다.

우승상금 18만달러(약 2억1420만원)를 거머쥔 그는 시즌 누적 상금 39만9428달러로 아시안투어 상금 랭킹에서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김주형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최종전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도전한다. 이는 지금까지 강욱순(1996·1998년)과 노승열(2010년)만이 달성했다.

선수들은 나흘 내내 강풍에 고전하며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김주형 역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3라운드 합계 2언더파에 그쳤고 선두 완나스리짠에게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완나스리짠이 1, 2(이상 파4)번홀 연속 보기를 범하고 선두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김주형 역시 5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했다. 이 틈을 타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라차논 찬타나누왓(태국)이 9번홀까지 버디 5개를 몰아치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김주형은 7~9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내줬던 승기를 가져왔다. 10번홀(파5)에서 보기가 나왔으나 11번홀(파4)에서 칩샷을 그대로 홀 안에 넣고 타수를 만회했다. 그 사이 찬타나누왓은 12, 13번홀(이상 파4)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미끄러졌다. 김주형은 14번홀(파3)에서 버디 퍼트를 넣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나갔다.

김주형의 우승으로 흘러가던 경기는 17번홀(파4) 두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안갯속에 빠졌다. 김주형은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그는 파를 지켰으나 이번엔 완나스리짠이 버디를 낚아채면서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에서 김주형은 5m 버디를 잡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반면 완나스리짠의 버디 퍼트는 빗나갔고 결국 김주형의 우승이 확정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