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우승했는데 결혼기념일에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스스로 되뇌었죠.”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결혼 1주년 기념일에 달성한 앨리 유잉(29·미국)이 웃으며 말했다. 유잉은 3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결승전에서 ‘메이저 챔프’ 조피아 포포프(29·독일)를 2홀 차로 꺾었다. 딱 1년 전 남편 찰리 유잉과 결혼한 그는 “(다짐처럼 우승으로 이어져) 정말 특별하다”고 했다.

첫승은 생일, 2승은 결혼기념일

이번 우승은 유잉이 LPGA투어에서 거둔 두 번째 승리다. 첫승은 지난해 10월 25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레이놀즈 레이크 오코니에서 거뒀다. 이날은 유잉의 생일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2승을 결혼기념일에 달성한 그는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선물로 가져갔다.

유잉에게 결혼기념일이 더욱 특별한 건 그가 거둔 2승이 모두 결혼 후 나왔기 때문. 2016년 LPGA투어에 데뷔해 긴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꼭 1년 전 자신이 나온 미시시피주립대의 여자골프팀 코치인 찰리와 결혼식을 올렸다. 수년간 나오지 않던 첫승은 결혼식을 한 뒤 5개월 만에 나왔고, 2승까진 정확히 1년이 걸렸다. 유잉은 결혼 후에도 자신의 원래 성인 ‘맥도널드’를 썼으나 지난해 12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을 앞두고 공식 활동명을 유잉으로 바꿨다.

2승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유잉은 자신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강자들을 연달아 물리쳤다. 8강전에선 투어 통산 5승의 재미동포 대니엘 강(29)을 격파했고 4강전에선 ‘태국의 박세리’로 불리는 에리야 쭈타누깐(26)을 3홀 차로 제압했다.

결승전에서 만난 포포프 역시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서 ‘무명 반란’을 일으키며 우승한 선수였다. 하지만 유잉은 2번홀(파4)에서 파를 지켜 앞서 나가더니 6번홀(파4)에선 버디로 포포프를 따돌렸다. 11번홀(파4) 보기로 1홀 차로 쫓겼으나 14번홀(파4) 버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는 실수를 했지만 포포프도 2타를 같이 잃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펑산산, 2500만원 걸린 경기 포기

3·4위 결정전은 이날 결승전만큼이나 주목받았다. 포포프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한 중국의 펑산산(32)이 체력 고갈을 호소하며 쭈타누깐과의 경기를 포기하면서다. 그는 경기가 열리기 전에 3위를 양보했다. 펑산산은 자동으로 4위가 됐다. 펑산산은 “나를 위해 옳은 결정을 했다. 정말 피곤하다”며 “지난 닷새 동안 6개의 라운드를 마쳤다. 18홀을 더 치면 코스에서 쓰러질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펑산산이 경기를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오는 4일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이 열리기 때문이다. 펑산산은 “다음주 US여자오픈이 있는데 어려운 코스에서 개최된다”며 “잘 쉬고 나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다”고 했다. 쭈타누깐도 “펑산산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모두 피곤하고 다음주에는 메이저대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펑산산은 이날 양보로 인해 2만2925달러(약 2500만원)의 상금을 덜 받았다. 쭈타누깐은 3위 상금으로 10만1250달러를 받았고 펑산산은 이보다 적은 4위 상금인 7만8325달러를 가져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