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리디아 고(24)의 우승을 바라보는 시선이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2018년 메디힐챔피언십이 ‘어쩌다 나온 우승’이었다면 이번 롯데챔피언십은 ‘준비된 우승’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18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나흘간 28언더파를 기록했다. 지난 ANA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성적을 더하면 최근 5개 라운드에서 38언더파를 몰아쳤다.

각고의 체력 보강으로 비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덕분이다. 한창 부진할 때 245.47야드(152위·2019년)에 불과했던 리디아 고의 평균 비거리는 올해 261.48야드까지 늘어났다. 61위로 여전히 상위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 아이언 샷’을 지닌 그가 홀마다 한 클럽 이상 짧게 잡고 경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달라진 그의 신체 조건은 외관에서 드러난다. 끝없는 부진에 허덕이며 수척한 모습이던 2018년과 달리 지금은 다부진 근육질 몸매가 눈에 띈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부진할 당시 몸무게가 7㎏이나 빠졌다. 지금은 몸무게를 거의 회복한 상태다. 골프위크는 “리디아 고가 근육으로만 약 5㎏을 불렸다”고 전했다.

리디아 고가 근육질 몸매로 거듭난 배경에는 캐나다인 코치 션 폴리(47)가 있다. 2014년까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의 코치로 활약한 폴리는 지난해 시즌 중간부터 리디아 고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폴리 코치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여자 운동선수가 어떤 외모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운동선수는 운동선수다운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리디아 고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세리나 윌리엄스가 있었으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근육질 몸으로 여자 테니스를 평정한 윌리엄스를 닮으라는 바람이었다.

리디아 고는 운동선수 몸을 갖추기 위해 닥치는 대로 체력운동을 했다. 리디아 고를 후원하는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그는 매일 아침 11㎞의 조깅으로 체력을 키웠다. 미국 집에 장비들을 갖춰 ‘간이 피트니스 센터’를 만들고 틈만 있으면 그곳에서 살았다. 리디아 고는 “뛰는 것을 싫어한다”며 “하지만 뛰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속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분출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단백질 음료를 하루 한 병씩 비웠다. 여기에 더해 악력을 키우기 위해 ‘록클라이밍’을 했고, 유연성을 위해 요가도 꾸준히 했다. 리디아 고는 “내가 마실 수 있는 단백질 음료의 양은 (브라이슨) 디섐보와 달리 한 병이면 충분하다”며 “코스 안팎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폴리 코치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