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7000원짜리 중고 퍼터를 들고나온 조민규(32)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최고 상금 대회 리더보드 상단 자리를 꿰찼다.

조민규는 8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GC(파72·7350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를 4언더파 68타로 마쳐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조민규는 5년 전 일본에서 8000엔을 주고 산 중고 퍼터를 들고나와 버디 6개(보기 2개)를 잡았다. ‘국민 퍼터’로 알려진 오디세이의 ‘투볼 퍼터’다. 18홀 경기를 하면서 기록한 퍼트 수는 26개에 불과했다. ‘메이저급’ 대회답게 주최 측이 그린 스피드를 3.5로 빠르게 세팅했다.

조민규는 1번홀(파4)에서 약 9m짜리 버디 퍼트를 넣는 등 ‘짠물 퍼팅’을 제대로 보여줬다. 조민규는 “‘플랜 B’로 사용하는 퍼터를 (퍼터감이 좋지 않을 때마다) 종종 들고나왔다”며 “손에 익어 그냥 너무 편하고 오늘 특히 감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국내 투어를 병행해 온 조민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KPGA코리안투어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 2승을 거뒀지만 아직 국내에선 우승 소식이 없다. 올해는 우승 없이 꾸준히 상위권에 들며 상금 1억1059만원을 모았다.

조민규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3억원을 가져가면 상금 단독 2위로 올라선다. 또 제네시스 포인트에서 1000점을 확보해 포인트 상위 3명에게 돌아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 출전권도 노릴 수 있다. 그는 “이제 겨우 1라운드가 끝난 만큼 우승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일단 매 샷에서 최선을 다해 주말까지 순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정환(27)이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언더파 2위에 오르며 조민규를 1타 차로 압박했다. ‘장타왕’ 김태훈(35)이 2언더파를 적어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