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파워'…웃고 떠든 자선파티 2000만弗 모았다
“굉장히 좋은 퍼트였지. 저 (떠드는) 사람들을 고려하면.”

미국프로풋볼(NFL) ‘전설의 쿼터백’ 페이턴 매닝(44·미국)이 7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은 뒤 그린에 서 있던 경쟁자들을 노려봤다. 매닝의 레이저 눈빛에 쏘인 필 미컬슨(50)과 슈퍼볼 반지만 6개인 톰 브래디(43·이상 미국)는 목소리를 낮추는 듯하더니 개의치 않다는 듯 왁자지껄 수다를 이어갔다. 이를 바라보던 매닝의 파트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도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매닝의 등을 토닥였다.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호비 사운드에 있는 우즈의 홈구장 메달리스트GC에서 열린 ‘더 매치 : 챔피언스 포 채리티’는 말 그대로 웃음바다였다. 수백억원의 성금을 마련하려 모인 이들이라기엔 너무나도 유쾌했다. 출전한 이들 넷은 준비해 온 듯한 트래시토킹(상대를 자극하는 말)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이 대회는 원래 2년 전 우즈와 필이 벌인 맞대결의 2차전으로 더 관심을 모았다. 당시 4차 연장 끝에 미컬슨이 승리하며 900만달러를 가져갔다.

이날 트래시토킹에는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찰스 바클리(57·미국)도 가세했다. 괴상한 스윙, 형편없는 골프 실력으로 종종 놀림감이 되는 바클리는 4번홀(파3)에서 브래디를 도발했다. 실력으로 치면 핸디캡 8.1로 알려진 브래디가 바클리보다 훨씬 실력이 좋다. 바클리는 브래디에게 “그린에 올리면 2만5000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했다가 “아니다, 넌 내 형제니까 5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브래디가 그린을 놓치자 “그린이 아니라 지구에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걸어야 했다”며 비웃었다. 브래디는 “내 덕분에 5만달러를 아낀 줄 알아라”라고 받아쳤다. 공을 줍다가 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어져 또 한 번 놀림감이 된 브래디는 7번홀(파5)에서 ‘샷 버디’를 잡고 나서 보란 듯 포효했다.

영원한 라이벌 우즈와 미컬슨도 입심 대결을 펼쳤다. 5번홀(파4)에서 말로 잽을 날린 우즈가 판정승을 거뒀다. 하나의 클럽으로만 경기하는 ‘원 클럽 챌린지’로 치러진 이 홀에서 미컬슨이 우즈에게 공을 마크해 달라고 했다. 우즈는 “US오픈 메달로 마크해줄까”라고 했다. 메이저대회 중 US오픈에서만 우승하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미컬슨은 “나도 은메달이 여러 개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US오픈에서 준우승만 여섯 차례를 했다.

1000만달러의 코로나19 성금을 미리 쌓고 시작한 이번 대회는 경기 중 추가 모금을 진행했고, 총 2000만달러(약 249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날 경기는 세계 4억7500만 가구에서 볼 수 있는 CNN 인터내셔널을 통해 중계됐다.

우즈는 매닝과 함꼐 미컬슨-브래디 조를 한 홀 차로 따돌리며 2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3홀을 앞서다 한때 한 홀 차까지 쫓겼으나 마지막 두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넷은 경기가 끝난 후 접촉이 적은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우즈는 “심각한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해 2000만달러를 모을 수 있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