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승의 러셀 헨리(30·미국·사진)가 돈 대신 양심을 택했다.

헨리는 17일(한국시간)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엘 카멜레온GC(파71·7017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마야코바클래식(총상금 720만달러) 2라운드에서 6오버파 77타를 기록했다. 그가 원래 적어낸 스코어카드에는 2언더파 69타가 적혀 있었다. 중간합계 7언더파 공동 12위로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그는 1오버파로 점수가 깎이면서 커트 탈락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헨리가 한 경기에선 동일 브랜드, 동일 모델 공을 써야 한다는 ‘원 볼(one ball)’ 규정을 어기면서 일어났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자신의 공에 사인을 하다 경기에 썼던 공 한 개가 다른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같은 타이틀리스트사 ‘Pro V1x’ 라인의 모델이어서 베테랑인 헨리도 차이를 쉽게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PGA투어 경기위원은 “헨리가 잘못 쓴 공과 그가 원래 쓰던 공의 차이가 너무 미세해 충분히 못 보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헨리 말고는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헨리는 골프 규칙 20-3(선수는 한 라운드에서 똑같은 종류의 공을 사용해야 한다)을 어겼다고 판단했고 이 사실을 경기위원에게 신고했다. PGA투어는 “헨리에게 9번홀부터 12번홀까지 홀당 2벌타, 총 8벌타를 부과했다”고 전했다.

헨리는 이 대회 전까지 올 시즌 4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커트 통과했다. 지난달 아동병원오픈에서 거둔 공동 37위가 최고 성적. 남은 대회는 모두 50위권 밖이었다. 그는 원래 스코어로 경기했다면 우승 경쟁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이 대회 우승상금은 129만6000달러다.

양심을 택한 헨리의 결정에는 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고 있다. PGA투어 경기위원은 “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표한다”고 했다. 한 캐디는 “헨리를 통해 다시 한번 골프라는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했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자 해리스 잉글리시(30·미국)가 중간합계 13언더파 129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1라운드 선두였던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9)는 2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중간합계 10언더파 공동 4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김시우(24)와 이경훈(28)은 2오버파에 머물러 커트 탈락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