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마틴 "손바닥에 그립이 닿아야 할 부분…네 살때부터 유성펜으로 표시했죠"
“유성펜으로 손에 그립 닿는 부분을 표시하는 네 살 유치원생이 저 말고 또 있었을까요.”

드라이버 잘 치는 비결로 잔기술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모 마틴(36·미국·사진)의 묵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해 단 한 번도 페어웨이 적중률 3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그는 현재 여자 프로골프투어에서 가장 드라이버를 잘 치는 선수다. 2014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이기도 한 그는 올해 1083번의 시도 중 914번(15일 기준) 페어웨이에 공을 보냈다. 84.4%의 적중률이다.

지난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만난 마틴은 “우린 정말 가난했지만 아버지는 내게 골프를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며 “레슨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어서 아버지는 벤 호건의 책을 외우다시피 공부한 뒤 내게 기술을 알려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던 건 아버지의 노력 덕분”이라며 “내가 대학생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프로무대에서 뛰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매우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네살 때 골프를 시작한 모 마틴은 그립이 닿는 부분을 유성펜으로 칠해 그립 감각을 익혔다. 마틴이 어릴 적 손가락으로 유성펜을 칠했던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조희찬 기자
네살 때 골프를 시작한 모 마틴은 그립이 닿는 부분을 유성펜으로 칠해 그립 감각을 익혔다. 마틴이 어릴 적 손가락으로 유성펜을 칠했던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조희찬 기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로 꼽히는 벤 호건(미국)은 생전 ‘그립은 골프 스윙의 70%를 차지한다’고 강조한 인물이다. 마틴의 아버지 앨런도 딸에게 그립의 중요성을 깨우쳐줬다. 앨런은 호건의 가르침을 따라 딸이 골프를 시작한 네 살 때부터 그립이 맞닿는 손바닥 부분을 까먹지 않도록 유성펜으로 표시했다. 마틴의 손바닥은 항상 까맸다.

마틴은 “유치원 선생님이 ‘왜 네 손은 항상 검은색 잉크가 묻어 있니’라고 물어봤고 난 ‘당연히 골프 그립 때문이죠’라고 답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물론 그립뿐 아니라 스윙의 각도와 골프클럽이 지나가는 길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했고 당시의 노력이 오늘날까지 공을 똑바로 보낼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가 마틴의 일관된 스윙을 닮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틴은 “연습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일관된 스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스윙을 많이 하기보다 나만의 스윙을 얼마나 일관되게 할 수 있는지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백스윙 후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골프클럽의 헤드가 지나가는 길을 항상 똑같이 유지한다면 정확한 샷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