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14)] 그립, 생명선으로 잡아라
마찰력만으로 아무리 휘둘러도 클럽이 날아가지 않을 것 같은 상태를 만들고 그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그립의 핵심이다. 그런 경지의 끝자락이라도 경험하려면 클럽을 쥐는 손의 각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아마추어가 클럽과 손바닥이 수직적인 관계로 만나고 있다. 클럽을 쥐고 있는 손을 펴서 손바닥과 만나는 각도를 점검해 보라. 손의 생명선 방향으로 채가 놓여 있지 않고, 지능선과 감정선 쪽으로 놓여 있다면 다 잘못된 그립이다. 거의 손바닥의 대각선 방향으로 그립이 잡혀 있어야 한다.

클럽과 손이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만나면 만날수록 ‘노 에어(no air)’ 상태를 만들기 어렵다. 꽉 잡으면 손가락이 손바닥을 찌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그립으로 샷을 하면 손목에 부상이 오거나, 부상이 올 정도의 헤드 스피드를 원천적으로 못 내거나 둘 중 하나다. 올바른 그립과 손의 각도를 만들려면 두 사람이 마주서서 어깨높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듯 그립을 잡으면 된다. 아니면 바닥에 골프클럽이 박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잡아 뽑는 형세로 그립을 잡는 것도 방법이다.

김현 마을골프학교 교장
김현 마을골프학교 교장
확인해야 할 사항이 또 있다. 그립이 내 손 크기에 맞는가이다. 사람 손의 크기는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보라! 클럽제조사가 팔고 있는 클럽의 그립사이즈 종류가 몇 개나 되는지를! 각각의 클럽 모델에 그립 사이즈는 단 하나뿐이다. 말이 되나? 아무리 좋고 비싼 클럽이라 하더라도 내 손에 맞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기본적으로 대·중·소 세 가지는 돼야 하고, 손 사이즈의 다양성을 볼 때 다섯 가지가 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의 골프클럽은 사이즈를 선택할 수 없다. 한심한 노릇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립을 자신의 손 사이즈에 맞추는 것이다.

그립 형태를 고쳐주고 그립 사이즈만 바꿔줬을 뿐인데 스윙이 좋아지고 거리가 늘었다는 간증을 제자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맞춤 클럽으로 가지 않고 기성품 클럽을 사는 경우라도 클럽을 자신의 손 사이즈에 맞는 그립으로 교체하는 것은 골프를 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이다. 하수든 고수든 마찬가지다.

초보는 스윙의 형성과정을 도울 것이고 고수는 예민하고 미묘하게 샷의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립을 함부로 교환하면 안 된다. 그립의 무게가 가지가지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스윙웨이트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교체해야 한다. 번잡스럽고 수고로운 일이지만 골프는 그런 것이다. 임팩트 때 순간적으로 워낙 큰 하중이 걸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서 남는 문제는 위크 그립으로 잡을 것이냐? 훅 그립으로 잡을 것이냐? 또는 인터로킹으로 잡을 것이냐? 오버래핑으로 잡을 것이냐? 등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립을 잡고 실험해 봄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편한 그립을 찾으면 된다. 절대 훅이 나면 안 되는 상황, 슬라이스가 차라리 나은 상황에 그립의 변화는 멋진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암기가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면 창조적 적용이 가능한 게 바로 골프다.

김현 < 마음골프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