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8)] 스윙, 왼팔로 하나 오른팔로 하나?
스윙을 왼팔로 하는 것이냐, 오른팔로 하는 것이냐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있다. 일단 두 주장 모두 틀렸다. 스윙은 팔로 하는 게 아니다.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면 반발을 통해 하체나 허리 쪽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어떤 경로를 통해 클럽으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공에 이르는가’라는 물음이라면 유의미할 수 있다.

그 물음에 답하기 전에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골프가 처음 태동했을 때 사람들은 양손으로 공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쳤을까. 목동이 들판에서 놀다 심심해서 작대기로 솔방울 같은 것을 쳤던 게 골프의 기원이라고 보면 한국의 자치기처럼 당연히 한 팔로 게임을 즐겼을 것이다. 그때 어느 팔로 운동을 했을까.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했을 테고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했을 것이다.

[김헌의 골프 재해석 (8)] 스윙, 왼팔로 하나 오른팔로 하나?
세월이 지나면서 골프 클럽은 금속 재질로 바뀌었다. 보다 멀리 보내기 위해 헤드 쪽으로 무게가 더 실리면서 한 팔로는 도저히 휘두를 수 없는 물건이 됐다. 그래서 오른손잡이가 왼손, 왼팔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테니스나 탁구의 스트로크를 보라. 골프 스윙과 차이가 있는가. 야구의 배팅 동작이나 투수의 투구 폼을 보라. 에너지는 오른쪽으로 흐르고 왼팔과 왼손은 보조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보조적’이라는 것에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보조라는 게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왼팔이 있으면 없는 사람보다 균형을 더 잘 잡을 것이고, 권투의 잽처럼 왼팔은 공과의 거리를 정하는 데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보조적인 것은 보조적인 것이고 그 모든 이야기를 합치더라도 에너지의 흐름이 왼쪽이라는 설명은 아니다.

골프에 관한 그 어떤 기술 서적을 보더라도 스윙은 좌측면이 리드한다고 돼 있지, 왼쪽으로 에너지가 흐른다고 돼 있진 않다. 좌측면 리드가 국내 레슨에 이르러서 ‘왼손·왼팔 주도형 스윙 이론(?)’으로 바뀐 것이다. 족보에도 없는 레슨이다. 아마추어들의 스윙을 보고 있노라면 그 레슨의 폐해가 심각하다. 거의 왼팔·왼손만으로 스윙하는 사람이 많다. ‘외팔이 스윙’이라고 봐야 한다.

그린 주변에서 한 손으로 핀에 붙이기 놀이를 해보라. 왼손으로 해보고 오른손으로도 해보라. 어느 쪽이 감이 좋은가. 뻔한 일이다. 거리감도, 방향감도 더 좋은 멀쩡한 오른손을 놔두고 외팔이로 스윙을 하니 그 노고가 얼마나 클 것인가. 셋업이나 피니시 상태에서 오른손 그립의 상태를 살펴보라. 그립이 헤벌쭉 벌어져 있고 ‘노 에어(no air)’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 않다면 당신도 ‘외팔이 스윙 족’이다. 세상 어느 프로의 스윙이 그런가. 아무리 독특한 스윙을 하더라도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그립을 단단히 잡고 있고, 피니시에서도 그립은 여전히 견고하다.

스윙이 어려운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왼쪽 주도형 스윙이다. 퍼팅이든 치핑이든 풀 스윙이든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스윙을 하면 되고 왼손잡이는 왼손이 주도하는 스윙을 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유전자 속에 있는 자연스러운 스윙이다. 제발 골프 좀 편하게 하자.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