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재도전한다.

12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오트사부아주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6천428야드)에서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이 그 무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가 함께 주관하는 이 대회는 올해부터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총상금은 325만 달러(약 35억3천만원)가 걸려 있어 5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US오픈과 함께 최다 액수를 자랑한다.

박인비는 올해 앞서 열린 네 차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 US오픈을 차례로 휩쓸었다.

8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을 놓쳐 메이저 연승 기록은 깨졌지만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한 해에 메이저 대회에서 4승을 거두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남녀를 통틀어 세계 골프 사상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1930년 보비 존스(미국)가 유일하다.

당시 존스는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US아마추어와 브리티시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해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따라서 이번에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존스 이후 무려 83년 만에 대기록을 다시 쓸 수 있다.

또 존스의 기록에는 아마추어 대회가 2개나 들어가 있고 마스터스는 대회가 창설되기도 전이라 지금 시대의 캘린더 그랜드슬램과 같은 값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해 올해 2연패를 노린다.

특히 지난해 에비앙에서 우승한 것은 박인비에게 큰 의미였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이 없던 박인비는 바로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우승 갈증을 털어냈고 그 상승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스가 지난해 파72에서 파71로 변경됐고 코스 길이도 다소 길어진 것이 달라진 점이기는 하다.

또 지난달 말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기권하는 등 최근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다.

US오픈 우승 이후 출전한 네 차례 대회에서 한 번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박인비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운영한다면 대회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LPGA 투어에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둔 박인비는 상금(217만9천877 달러)과 올해의 선수(281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개 부문에서 모두 2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143만6천497 달러와 173점을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고 있지만 만일 이번 대회 우승컵을 루이스가 가져가면 시즌 막판까지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으로 끌려들어 갈 우려도 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48만7천500 달러(약 5억3천만원)고 우승 시 올해의 선수 포인트 60점을 준다.

메이저 승격 후 첫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는 세계 랭킹 상위 40명, 올해 LPGA 투어와 LET 우승자, LPGA 투어 상금 랭킹 상위 선수 등 120명이 출전한다.

박인비와 루이스 외에 최나연(26·SK텔레콤), 신지애(25·미래에셋),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서희경(27·하이트진로) 등 한국 선수들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카리 웨브(호주),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 펑산산(중국) 등 상위 랭커들이 실력을 겨룬다.

지난달 LPGA 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리디아 고도 세계 랭킹 상위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