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4승째를 거두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박인비의 영광스러운 오늘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6천827야드)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통산 9승째, 메이저대회 4승째를 차지한 박인비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은 5년 전인 2008년 나왔다.

1998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 키즈' 중 하나인 박인비는 첫 우승을 자신에게 골프의 꿈을 꾸게 했던 US여자오픈에서 일궈냈다.

2008년 당시 나흘 동안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는 안정된 경기를 펼치며 합계 9언더파 283타를 친 박인비는 2위인 베테랑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5언더파 287타)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박인비는 이 우승으로 대회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세웠다.

대회 역사상 만 20세가 안 된 우승자는 박인비가 처음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박세리, 박지은(34·은퇴), 김주연(32), 장정(33·볼빅)에 이어 다섯 번째로 LPGA 메이저 퀸에 등극한 박인비는 이후 박세리의 뒤를 이을 스타 선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어진 것은 김주연(2005년), 지은희(2009년) 등을 덮친 'US여자오픈 징크스'였다.

박인비는 2009년 출전한 20여 개의 대회 중 3분의 1 가량에서 컷 탈락했다.

2010년에는 KIA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톱10 안에 11번 들었으나 우승은 없었다.

2010년에는 일본 무대로 눈을 돌려 올해까지 4승을 올렸지만 LPGA 투어와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드디어 박인비의 전성기가 막을 활짝 올렸다.

특급대회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 만에 생애 두 번째 LPGA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인비는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컵을 하나 더 가져가 시즌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석권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출전한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극적으로 우승해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고,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과 함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져갔다.

2004년 박지은, 지난해 유선영(27·정관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2년 연속 한국인 '호수의 여인'이 탄생한 것이다.

박인비는 기세를 이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정상에 오른 뒤 6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도 연장전 끝에 베테랑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꺾고 시즌 4승째, 통산 세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는 박세리(1998년·2002년·2006년)가 유일했다.

지난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번 대회 정복을 위한 채비를 마친 박인비는 올해 US여자오픈에서는 2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서 여유있게 시즌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려 상금랭킹과 세계랭킹에서 선두를 굳건히 유지했다.

시즌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메이저대회에서 연속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박인비가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석권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