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푸틴 리더십 공백 땐…안전자산에 자금 몰릴듯
이 사건이 처음 국제사회에 알려졌을 때 미국 주식 선물시장은 열려 있는 상태였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증시가 위험을 다시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금 등 안전자산이 피난처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인 지난 23일 저녁부터 다음날인 24일 새벽 사이 선물은 우려를 일시적으로 반영했다.

나스닥선물지수는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 14,960선에 있었으나 오후 9시~0시께 14,850 정도까지 급락했다. 러시아 사태가 급락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복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스닥선물지수는 이후 반등해 오전 2시께 14,970을 넘겼다. 소식이 알려지기 전보다 수치가 높아졌다. 이후 일부 조정을 받아 오전 6시 14,884.40에 장을 마쳤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과 비교해 조정 폭이 0.5%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말을 앞둔 선물 시장은 거래량이 적어 이번 사태의 위험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려면 월요일 정규장 반응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월요일 개장 뒤 큰 반응이 없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한다. 미국 국채, 미국 달러, 일본 엔화도 피난처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게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금리전략책임자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리더십 공백이 확인된다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애널리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어떤 ‘절박한 조치’를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주(19~23일) 금 선물 가격은 미국 달러 강세와 미국 중앙은행(Fed) 고위직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 때문에 약세를 보였는데, 러시아 내부 상황에 따라 반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