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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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최근 휴머노이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그루트(GROOT)’와 휴머노이드 컴퓨팅 시스템 ‘젯슨 토르’를 공개했다.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을 중심으로 구성한 젯슨 토르의 연산 속도는 800테라플롭스. 휴머노이드를 대규모로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아이작(Isaac)도 따로 개발했다. 그루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비전모델, 시연모델을 결합한 대규모행동모델(LBM)이다.

그루트에서 텍스트, 비디오 학습 데이터는 실제 로봇 행동 데이터와 합쳐져 ‘오스모’로 들어간다. 오스모는 이종(異種) 컴퓨팅 자원을 마치 저수지처럼 하나로 통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이다. 그다음 OVX 서버를 거쳐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DGX에 들어가 강화학습을 받는다. OVX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기 전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엔비디아는 이런 과정으로 수백~수천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들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한창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2는 일부 사람의 조종을 받긴 하지만 다림질하고 옷을 개는 모습을 연출할 만큼 행동이 자연스러워졌다. 아마존과 MS, 오픈AI가 모두 투자한 피규어AI는 인간이 요구하는 행동을 즉석에서 실행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가 발간하는 기술 매체 ‘IEEE 스펙트럼’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7개 이상 업체가 올해 휴머노이드를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끝판왕' 휴머노이드…인간처럼 '촉감' 가진 로봇 5년내 나온다
LLM 최강자로 올라선 오픈AI와 관계를 다진 MS 역시 최종 타깃은 로봇이다. MS는 최근 캐나다 AI 로봇기업 생추어리AI와 손잡았다. 생추어리AI는 지난달 말 휴머노이드 ‘7세대 피닉스’를 선보였다. 피닉스는 독자 개발한 AI 제어시스템 ‘카본’으로 인간 행동을 정교하게 따라 하고 이를 데이터로 만들어 학습을 반복한다. 학습 후엔 24시간 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이전 버전이 4주가량 걸리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 발전이다.

피닉스는 지난해 1월 캐나다의 한 타이어 공장에 투입됐다. 상품 포장, 청소, 태그 및 라벨 부착 등 단순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마그나의 캐나다 공장에도 배치됐다. 생추어리AI는 MS의 LLM 및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해 LBM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킬 계획이다. 조디 로즈 생추어리AI 최고경영자(CEO)는 “7세대 피닉스는 범용 휴머노이드의 초석일 뿐 아니라 범용인공지능(AGI)으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AGI는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작동하는 AI를 말한다. 1997년 마크 구브루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군사용 AI 로봇 출현을 예고하면서 개념을 도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GI 실현이 2년 안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각각 4년, 5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AGI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몸체를 가진 AI’로 비유된다. 텍스트나 사진, 유튜브 동영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처럼 현실 세계와 물리적으로 접촉하며 어린아이가 학습하듯 인간 문명을 배울 수 있다. MS는 차세대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생추어리AI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무기로 AGI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LBM 기반 AGI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면 산업 현장에 군집로봇 시대가 열린다. 군집로봇 운용의 필수 인프라로는 차세대 통신(NEXT G) 네트워크와 클라우드가 꼽힌다. 클라우드 기반 휴머노이드 AI 발전 단계는 네 단계로 나뉜다.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고 온디바이스 AI로 홀로 작동하는 것이 0단계라면, 클라우드로 로봇 간 경험을 공유해 새로운 행동을 고안하는 것이 3단계다. 3단계는 완전 자율 로봇을 말한다.

국내에선 NEXT G의 사전 시험 단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음 5G를 공장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 주요 기업이 뛰어든 가운데 삼성전자도 지난 2월 이음 5G 시장에 가세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NEXT G의 출발점인 5G 특화망 시장은 2022년 16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서 2030년 410억달러(약 55조원) 규모로 2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성/강경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