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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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개미’ 전성시대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내지 않으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은 높은 채권에 쏠리고 있어서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채권이 16조원(지난 2일 기준)어치를 웃돈다. 작년 한 해 순매수 규모(20조6886억원)에 근접한다.

채권 투자 열풍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서 나온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면 채권 가격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올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채권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43%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연 3.5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래픽 = 이정희 기자
그래픽 = 이정희 기자

채권형 ETF에 뭉칫돈 몰린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국내 채권형 ETF 설정액은 25조6181억원으로 연초 21조5907억원에서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채권ETF는 일반 주식처럼 증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채권ETF는 일반채권형과 만기매칭형으로 나뉜다. 이 중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1년 또는 2년 등 동일한 잔존 만기의 채권을 담는 ETF다. 시장 금리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일반채권형 채권ETF의 단점을 보완했다. 만기가 도래하면 일반 채권처럼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만기 시점과 만기수익률(YTM)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투자 매력이다. 만기수익률은 투자 시점에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연환산 수익률을 말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의 이름에는 ‘23-12’, ‘24-12’ 등 숫자가 붙는다. 채권 만기 시점을 알려주는 숫자다. 23-12는 2023년 12월이 만기라는 의미다. 이렇게 만기 시점과 TYM을 알려주기 때문에 ETF를 사는 시점에서 예상 수익률을 정기예금과 비교해본 뒤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23-12회사채(AA-이상)액티브’는 만기가 2023년 12월에 도래하는 채권을 담은 ETF다. YTM은 4.12%로 은행 정기예금을 웃돈다. 연말까지 단기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예금 대신 이런 ETF에 넣어두는 게 낫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만기매칭형 ETF는 일반적인 ETF에 실물 채권 투자의 장점을 더했다”며 “특히 다양한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신용 리스크에 노출되는 회사채 투자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만기매칭형 채권ETF의 매력 포인트는

만기까지 ETF를 보유하면 투자 시점에 예상한 YTM을 얻을 수 있다. 6월 1일 기준 YTM이 4.38%인 ETF에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원금과 원금의 4.14%에 해당하는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시점별 YTM은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시기라면 YTM이 높은 ETF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만기 전 ETF를 매도할 경우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날 수 있어 가급적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만기 전 매도하면 당초 예상한 수익에 더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만기에 얽매이지 않고 현금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금의 경우 가입금액 제한이 있고, 중도해지 페널티가 있다. 예금의 중도해지 이율 계산법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상당 기간을 예치했더라도 이자가 0%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에 자금을 넣어두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만기매칭형 채권ETF 수는 14개다. 작년 8종, 올해 6종 상장됐다. 최근에도 신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31일 출시한 만기매칭형 채권ETF 2종은 각각 만기가 2033년 6월과 2053년 9월인 국고채다. YTM은 각각 3.49%, 3.59%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리 인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시점이 장기채 투자를 시작할 최적기”라며 “장기 저축 목적으로도 활용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