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사진=한경 DB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사진=한경 DB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국내 대표 콘텐츠주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낮아졌다. 광고 시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CJ ENM의 목표주가를 8만8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내렸다. 유진투자증권(13만원→9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9만9000원→8만8000원), DB금융투자(13만원→8만6000원) 등 11곳도 이 회사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이날 CJ ENM은 1.66% 하락한 7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CJ ENM은 올 1분기 매출액 9490억원,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TV와 티빙 등 미디어플랫폼 부문 영업손실액은 343억원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부진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려운 업황으로 인해 TV 광고가 약 30% 역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티빙 적자도 약 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제작비 증가 부담이 지속되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를 크게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CJ ENM이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꾀하기 어렵다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부진에 따른 광고 시장 정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는 8조230억원으로 전년(8조40억원)보다 0.2%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올해는 간신히 9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광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잘 나간다던 콘텐츠株…증권가서 '외면'한 이유는?
다른 콘텐츠 관련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 이날 유진투자증권(10만원→9만2000원), 하나증권(10만원→8만1000원), KB증권(9만3000원→8만2000원)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00원(4.56%) 내린 6만490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OTT 기업들의 투자액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스튜디오드래곤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향후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며, 연간 글로벌 투자 금액 170억달러 대비 4% 불과하다. 디즈니도 디즈니플러스의 적자가 이어지자 대표이사(CED)를 교체한 뒤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55억달러의 비용 감축을 예고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발표 금액이 전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향후 4년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성장 동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산업의 제작비 확대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은 향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 넘는 이익 증가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 가운데 넷플릭스 관련 수익 비중만 25%에 이른다.

콘텐츠 종목들의 주가 단기 반등을 위해선 지적재산(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기훈 연구원은 “결국 글로벌 팬덤을 확대할 수 있는 2편 이상의 텐트폴(흥행이 확실한 콘텐츠)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 즉 IP의 힘뿐”이라며 “이외의 중요 변수는 중국 내 동시 방영 재개”라고 설명했다.

문형민 기자 mhm9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