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월가서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상…"미국도 유럽도 불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 미국·유럽 금융권 불안의 여파로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뜨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유럽 은행권의 위기로 미국 달러와 스위스프랑의 안전자산 지위가 타격을 입으면서 엔화가 다시 선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이날까지 3.8% 상승, 달러를 제외한 세계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미국 은행주가 급락하면 달러 가치가 오른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은행권 불안으로 인해 높은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한다는 통화정책 기조를 뒤집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엔화 약세 베팅의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의 통화 담당 전략가 미야이리 유스케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금융 불안으로 인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엔화가 상대적인 안전자산 통화로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월가도 엔화 전망을 약세에서 강세로 조정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은 경기침체 전망에 엔화를 포함해 방어적인 거래를 하고 있으며,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는 엔화를 선호하는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도이체방크의 투자 부문인 DWS 그룹은 엔화 가치가 앞으로 1년간 달러당 12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더 나아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0엔까지 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통화 담당 책임자인 밴 루는 "엔화는 지난해 극도로 약세를 보였지만, 현재 추세가 반전하고 있으며 이것이 올해 우리가 보고 있는 주요 경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UBS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은행 부문 스트레스는 미국 지역에 집중될 것이며 유로화와 엔화가 계속 선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곧 수년간 유지했던 통화완화 정책을 끝내고 결국 통화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 강세 전망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미 연준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행은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한 것이 엔화 약세의 큰 요인으로 평가된다.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29일 오후 5시 37분 현재 전장보다 1.08엔 오른 132.04엔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