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장 당일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공모가 기준 가격 변동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IPO 사전 청약 때마다 관행처럼 반복돼온 기관투자가의 ‘뻥튀기’ 허수 청약도 손보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4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공모가 기준 가격 변동폭을 지금보다 크게 확대하겠다”며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따따상(이틀 연속 상한가 기록)’ 등으로 인해 상장 직후 수일간 주가 급등락이 이어지고 가격 기능을 왜곡하는 현상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현행 공모가 기준 90~200%에서 60~4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공모가 1만원짜리 주식의 시초 가격은 기존에 9000원에서 2만원 사이에서 형성됐다. 제도 개선 이후엔 6000원에서 4만원 사이에서 정해진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선 상장 당일 제한된 가격 변동폭 탓에 기업 가치가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되레 투자자의 투기심리를 자극해 ‘따상’ 혹은 ‘따따상’이 이어진 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공모주 초단타 매매가 성행하면서 일반 투자자의 피해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가들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일정 기간 들여다볼 수 있는 ‘IPO 트래킹 시스템’(가칭)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장 직후 공모주를 곧바로 파는 기관투자가들을 모니터링한 뒤, 향후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물량 배정을 축소하는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1997년 예탁결제기관 IPO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투자가들의 단기 매도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IPO 사전 청약 시 기관투자가의 허수 청약을 방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IPO 주관사들이 기관투자가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하고, 이를 초과해 청약에 나설 경우 배정 물량을 취소하거나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기관투자가 청약 배정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기존 신청 물량에 기반해 청약 물량을 기관투자가에 배정했던 것과 달리 공모가 발견 기능에 기여도가 높은 기관투자가에 물량을 더 배정하거나 록업(보호 예수) 기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올해 한국은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MSCI는 한국 증시의 △영문 정보 부족 △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MSCI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줄기차게 한국만의 낡은 자본시장 규제를 문제로 지적해왔다. 28일 금융위원회가 세미나를 열고 자본시장 국제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초안을 발표한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 30년 만에 폐지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에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투자등록번호’를 발급받는 제도다.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한 이후 30년간 유지돼 왔다. 외국인 투자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33개 종목의 외국인 취득 한도를 관리하는 데 활용했다.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이 제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선진국 중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곳이 없어서다. 글로벌 IB들은 투자 전략이 당국에 의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감을 나타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FIMS)을 통해 외국인의 증권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등록제 무용론’에 힘을 더했다.이에 금융위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외국인 투자 제도 개선을 논의해왔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하는 표준 ID)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금감원 등록 없이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변중석 UBS 상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당국은 2016년 도입한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통합계좌는 외국인 증권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펀드를 하나의 계좌로 묶어 주문·결제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결제일(T+2일)에 투자 내역을 감독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지금까지 개설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이날 정책 초안 발표를 맡은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보관하도록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나 과세당국이 세부 내역이 필요한 경우 증권사를 통해 사후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감독에 지장 없어”외국인 투자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감독·적발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FIMS를 통해 외국인 투자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송 본부장보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더라도 거래 기록은 모두 남는다”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증권사에 자료를 요청해 사후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상장기업의 영문 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상장사 부담을 감안해 대상 법인과 공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정부가 MSCI가 지적한 사항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550억달러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서형교/최세영 기자 seogyo@hankyung.com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정하고 나중에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국내 배당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주주를 먼저 정하고 배당금을 나중에 확정하는 현행 ‘깜깜이 배당제도’가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28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4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현행 배당 제도로 인해 배당률이 낮아지고 이는 국내외 투자자의 장기 주식투자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다른 선진국과 같이 배당금액을 먼저 정하고 이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법무부와 함께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위는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배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르면 연내에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상장사들이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배당액을 결정하는 정기주총 이후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법령해석 등을 통해 명확하게 안내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분기배당에 대해 ‘선(先) 배당기준일, 후(後) 배당액 확정’만 허용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금융위는 또 상장회사 표준정관을 마련해 배당액을 확정하고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모범규정을 제시하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이를 공시토록 해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금융당국이 1992년 도입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 영문 공시도 단계별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초안을 발표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 정합성을 떨어뜨리는 낡은 규제를 개혁하고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해소하자는 취지다.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의무화한 곳은 한국뿐”이라며 “정부는 등록제를 폐지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하는 표준 ID)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금융위는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한 뒤 배당받을 주주를 나중에 확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가격제한폭 제도로 공모주가 상장 당일 신속하게 균형 가격을 찾는 것을 늦추고 소수가 단기 차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상장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한다. 금융위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서형교/이동훈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