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처럼 2%대 상승세를 보이며 마무리됐습니다. 월가에서는 오늘의 증시 상승 요인,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 한 때 연 4%를 넘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7%까지 내려와주면서 국채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주식 시장의 상승까지 이끌었다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금융 시장에 개입하면서 나타난 흐름이죠. 이틀 연속 전저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6거래일 동안 하락한 S&P 500을, 미국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영국의 중앙은행이 구한 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영란은행의 성명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요. 영국 중앙은행은 영국 시간으로 오늘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주중 매일 오후 2시 15분마다 30분간 국채를 매입합니다. 매일 최대 50억파운드까지 입찰이 있을 계획이고요. 그러니까 일단은 13거래일동안 최대 650억 파운드를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월가에서는 영란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 자체보다는 이번 행동의 목적이 금융 안정에 있음을 천명한 만큼 10월 이후에도 파운드화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파운드화 방어를 위해 영국 금융 당국이 예상보다 긴급한, 또 단호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앵커>

미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일어난 건데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급작스러운 영국 중앙은행의 개입이 장기적으로는 영국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영국 통화 당국이 오늘 내린 국채 매입 결정은 그동안 내놓은 기조와 정반대라는 점을 살펴보셔야겠습니다. 영란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50bp 높이면서 기존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인 QT(대차대조표 축소)를 당장 다음주부터 가동하려 했습니다. 높아진 영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과 같은 수요 억제 정책을 가동한다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죠. 영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9.9%에 달하고, 내년에도 두 자릿수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나라거든요.

그런데 영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존에 쓰려던 처방 대신 정반대의 결정을 통화 당국이 내린 겁니다. 재무부의 입김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어쨌든 영란은행으로서는 냉찜질을 예고한 곳에 온찜질을 해야만 하는 셈이니까요. 예고했던 긴축정책은 우선 뒤로 미루고 오히려 자산매입에 들어간 점은 나중에 영국의 인플레이션 문제, 그리고 영국 통화 당국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급한 불부터 일단 끄고 보자는 영국의 대응이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앞으로 자산 시장과 세계 경제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새로운 변수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영란은행 국채매입, 뉴욕증시는 살렸지만···인플레 나비효과 지켜봐야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영란은행 국채매입, 뉴욕증시는 살렸지만···인플레 나비효과 지켜봐야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