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정광우 88번가 대표(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매니저)

[마켓PRO] Fed의 예상만큼 긴축하면 물가가 안정될까?

지난해 가장 값비싼 단어 하나를 고르라면 ‘일시적, transitory’ 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연준에 대한 따끔한 일침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일시적이라고 말하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준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주 매파적이란 것이지요. 지난 7월 FOMC 때만 해도 비둘기 피봇의 냄새까지 풍겼던 연준이 8월 잭슨홀 연설부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은 기존에 작성한 연설문을 버리고 새로 연설문을 써서 발표했다고 합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았던 짧은 발표는 역대 연준 의장 중 최강 매파였으며 70년대 내내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을 한 방에 잡아버린 폴 볼커, 그 자체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2018년에 나온 폴 볼커 책의 제목인 'keeping at it'을 잭슨홀 연설과 9월 FOMC에서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사용하며, 시장에 매파적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다음으로 가지는 의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과연 지금 연준이 보이는 매파성으로 인플레이션이 잡힐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이번에 내놓은 경제전망과 점도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연준은 연말 예상 기준금리를 4.4%로 보았습니다. 지금보다 125bp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도 예상 금리는 한 차례 더 인상을 예고하는 4.6%였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정도로도 여전히 부족할 것이란 말을 합니다. 우선 최근 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았고, 주요 원인이 가장 끈끈한 인플레 요인인 주거비의 상승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았을 때 이번에 연준이 내놓은 목표치는 꽤나 현실성 있는 숫자로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거에 평균적으로 기준금리가 물가보다 어느 정도 높게 형성되었는지를 바라보았을 때, 이번에 연준이 내놓은 물가 예상치 대비 기준금리 수준이 과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준 금리 (FFR을 편의상 기준금리로 가정), PCE 물가, CPI 추이
[마켓PRO] Fed의 예상만큼 긴축하면 물가가 안정될까?
이번에 연준이 내놓은 2023년 예상 PCE 물가 상승률은 2.8%입니다. 1960년 이후 PCE 물가와 CPI의 차이를 계산해보면, CPI가 PCE 물가보다 평균 약 0.5%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기간으로 보았을 때 기준금리(FFR을 편의상 기준금리로 가정)는 CPI보다 평균 약 1.05% 더 높았습니다. 따라서 만약 연준의 물가 예상이 합리적이라면 2.8%에 0.5%와 1.05%를 더한 4.35%가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준이 내놓은 예상은 4.6%입니다. 즉, 과거 평균 수준보다 더 매파적인 금리 수준을 예고한 것입니다.

물론 이 계산법은 연준이 물가 예측에 틀렸을 경우 추가로 수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최근 1년간 연준이 내놓은 경제전망 및 점도표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이번에 처음으로 과거 평균을 상회하는 예상이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만 해도 둘의 차이는 무려 마이너스 1.7%였습니다. 이토록 완화적인 예측을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잡힐리 만무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후 0.1%, 1.2%로 서서히 예상치가 올라가더니 이번 회의에서는 드디어 과거 평균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기준금리와 PCE 물가 차이 추이
[마켓PRO] Fed의 예상만큼 긴축하면 물가가 안정될까?

따라서 최소한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금리 수준’을 처음으로 이야기하였다는 평가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연준의 태도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