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공은 스릭슨의 ‘디바이드 볼’이다. 각기 다른 두 가지 색으로 골프공이 나뉜다는 이유로 ‘반반볼’로 불린다. 지난해 시장에 나오자마자 “스핀이 얼마나 걸리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더니, 올 들어 방송인 이승기 씨가 골프 예능에 들고나온 걸 계기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생산량을 갑자기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반반볼은 언제나 ‘공급 부족’이다. 20~30% 할인이 예사인 골프공 시장에서 정가 그대로 팔리는 건 물론 ‘웃돈’을 주고 사는 골퍼도 있을 정도다.

스릭슨 골프공은 반반볼 성공의 여세를 몰아 선수들이 쓰는 ‘투어 볼’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 남자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 주요 투어(1부 코리안투어, 2부 스릭슨 투어, 시니어 챔피언스투어) 지난 7월 사용률 합계에서 1위를 기록한 것. 스릭슨 관계자는 “지난 7월 KPGA 주요 투어에서 스릭슨 골프공이 사용률 45.3%(376명)로 타이틀리스트(44.5%·369명)를 처음 제쳤다”고 했다.
'골프공 넘버2' 된 스릭슨…타이틀리스트 벽 넘나

자체 집계에서 KPGA 투어 1위 등극

수십 년간 순위 변동이 없었던 골프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프로선수들이 쓰는 ‘투어 볼’ 시장에서 스릭슨 점유율이 큰 폭으로 올라서다. 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아우르는 국내 투어 볼 시장에서 스릭슨 점유율은 연말께 2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약 50%로 알려진 타이틀리스트에 이어 확고한 2위가 된다.

스릭슨이 주장하는 ‘KPGA 사용률 1위’에는 몇 가지 따질 점이 있다. 일단 스릭슨의 ‘자체 조사’였고, 7월에 한정해 집계한 숫자다. 통상 ‘투어 사용률’은 1부 투어만 기준으로 삼는데, 스릭슨은 2부 투어와 챔피언스 투어까지 넣었다. 1부, 2부 투어와 달리 챔피언스 투어에는 공식 집계 기관도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안해도 스릭슨이 타이틀리스트를 제친 것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한 골프공 브랜드 임원은 “집계 방법에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도 타이틀리스트가 2위로 떨어진 건 처음”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스릭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사용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KPGA가 코너에 몰리자 2부 투어 후원에 나섰다. ‘챌린지 투어’였던 KPGA 2부 투어의 간판이 ‘스릭슨 투어’로 바뀐 이유다. 여기에 스릭슨 공을 사용하는 선수에게 소정의 지원금도 건넸다. 익명을 요구한 KPGA 코리안투어 선수는 “스릭슨이 자사 골프공을 사용하는 선수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상금 수입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겐 작은 지원도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릭슨 투어보다 열악한 챔피언스 투어에도 ‘물량 공세’를 펼쳤다. 한 KPGA 챔피언스 투어 선수는 “스릭슨이 대회 때마다 찾아와 선수들에게 공을 나눠주자 언제부턴가 타이틀리스트도 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이아윙스, 저가형 틈새시장에서 활약

‘절대 강자’가 없는 저가 골프공 시장에선 토종 골프공 브랜드 ‘다이아윙스’가 약진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다이아윙스는 최근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의 골프공 신제품 카테고리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리스트는 물론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등 ‘공룡’들과 맞서 싸운 결과다.

다이아윙스는 국내에서 ‘비거리 골프공’ ‘스크린 골프공’ 등으로 유명해진 제품이다. 스크린골프에서 사용할 때 일반 공보다 비거리가 더 멀리 나간다고 소문이 나면서다. 이로 인해 국내 골퍼들 사이에선 ‘비공인 골프공’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에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골프협회(R&A)로부터 ‘공인구’로 인정받으면서 오명을 벗었다. 다이아윙스는 이를 계기로 국내외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상화 다이아윙스 대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로 스윙 스피드가 시속 95마일(약 152㎞) 이하인 골퍼들이 쳤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도록 만들었다”며 “재료 배합 기술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특허도 내지 않았다. 코카콜라가 특허를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