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좌)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우)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좌)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우)
범 LG 계열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이 구지은 부회장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구 부회장의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시도한 이사진 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선 아워홈 지분 매각을 두고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이 요청해 상정한 신규 이사 48명 선임 등에 대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번 임시주총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작업을 방해받고 있어 현 이사진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를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져 개최된 것이다.

이날 주총에선 구 부회장(지분율 20.67%)과 차녀 구명진 씨(19.60%)가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과반 이상의 주주가 찬성해야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지분 20.06%(자녀 지분 0.78% 포함)로 '캐스팅 보트'를 쥔 장녀 구미현 씨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임시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리인 참석도 포기했다.

미현 씨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지난 29일 법원이 미현씨의 의결권 행사 금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언니 미현 씨가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 부회장에게 등을 돌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구 부회장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워홈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1남3녀 형제들은 경영권, 배당, 지분매각 등을 두고 6년 넘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창업자인 고 구자학 회장은 당초 막내딸인 구 부회장을 경영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2016년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돼 형제간 분쟁이 불거졌다. 지난해에는 세 자매가 손 잡고 오빠를 해임하면서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찾았다. 이후 구 전 부회장은 보유 지분 매각을 약속했고 미현 씨도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자문 계약을 맺었다.

이번 임시 주총을 계기로 오랜 남매간 싸움에서 구 부회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이 추진하는 지분 매각도 구 부회장의 협조없이는 실사 작업 등에서 지속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 부회장이 언니들과 맺은 공동매각합의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 자매는 지난해 4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한편 보유 주식도 공동으로 매각하는 내용의 주주간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현 씨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결정을 인용한 법원의 결정문에서도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구 전 부회장의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원하는 미현 씨의 지분을 사모펀드(PEF)에 주선하고 백기사로 끌어들이는 방안, 공동매각합의서를 근거로 세 자매 지분과 오빠 지분을 합친 아워홈의 전체 지분이 매물로 나오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