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가 7000선이 붕괴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지수가 70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선 수많은 악재에 둘러싸인 H지수가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H지수 7% 넘게 폭락…19조 몰린 ELS '녹인 공포' 커졌다
14일 오후 4시45분 현재 홍콩H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7% 떨어진 6547.09를 기록했다. H지수가 70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고조, 미·중 분쟁 격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 13일 중국 선전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주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감독 당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일부를 퇴출 예비명단에 올리는 등 미·중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관련 종목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장중 10%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H지수와 연계된 ELS의 손실 여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홍콩 주식시장과 연계된 ELS 잔액은 18조9000억원에 달했다. ELS는 원금 손실 구간을 뜻하는 녹인 구간이 대부분 5500선 이하로 설정돼 있다. 아직 녹인 구간 도달까진 여유가 남았다. 그러나 녹인이 설정돼 있지 않은 ELS 중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진 상품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7억1900만원이 모인 대신 Balance ELS 1852회의 경우 녹인은 설정돼 있지 않지만 H지수가 벌써 만기 수익상환조건(기준가격 65% 이상 달성)에 미달했다. 만기평가일인 2024년 4월에 H지수가 다시 7182.422 이상으로 오르면 연 4.8%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미만이면 손실이 확정된다.

증권가에선 시장 안정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중국 시장은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