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투자정보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없어"
'중국 깡통어음' 유통한 증권사들 1심 무죄
중국 기업의 부실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른바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법인에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 B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회사는 투자금 상환이 어렵다는 정보를 숨긴 채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어음(ABCP)을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함께 세운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한 것으로,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 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를 담보로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1천600억원대에 이르는 ABCP가 국내에 유통됐으나 2018년 11월 만기가 돌아왔음에도 CERCG 캐피탈이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경우 본사인 CERCG가 지급보증을 통해 대신 원리금을 갚아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필요한데도 받지 않은 채 어음이 발행됐다.

결국 지급보증이 이뤄지지 않아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고, 검찰은 수사 끝에 관련 업무를 담당한 A·B씨와 회사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SAFE와 관련한 문의가 있으면 아는 대로 설명해준 것으로 보이고,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록 상품설명서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전문 투자자들이 이미 SAFE 관련 이슈를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