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수많은 한국 핀테크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은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겁니다.”(소프트뱅크 관계자)

국내 AI 핀테크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손정의 회장(사진)이 이끄는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4600만달러(약 1746억원)를 투자받았다. 당초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펀드운용사인 비전펀드가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본사가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크래프트의 성장성, 소프트뱅크와의 전략적 연계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 측의 설명이다.
세계 AI ETF 최고 수익률
크래프트는 최근 이뤄진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소프트뱅크가 1억4600만달러를 넣었다고 11일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국내 기업 직접 투자는 2015년 쿠팡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 뒤 처음이다.
AI로 ETF 운용…세계최고 수익률…손정의 크래프트에 1700억 투자
2016년 설립된 크래프트는 포트폴리오 시스템과 주문집행 시스템(AXE) 등을 개발해 증권사와 금융사 등에 서비스한다. 독자적인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초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게 특징이다. 크래프트는 AI를 활용해 상장지수펀드(ETF)도 결성해 운용한다. 2019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한국 1호 액티브 ETF’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네 개의 AI ETF를 운용하고 있다. 크래프트의 AI ETF는 세계 AI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처리, 투자 전략, 주문 집행, 투자 분석에 이르는 자산운용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 간 거래(B2B) AI 시스템이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이라며 “AI를 활용해 미국 대형 종목 50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수익률과 환율, 뉴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격 변동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직접 찜했다
크래프트는 비전펀드가 발굴했지만 투자에는 소프트뱅크가 직접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크래프트가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데 협업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에도 크래프트의 AI 모델을 활용할 예정이다. 마쓰이 겐타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ETF 시장에서 독자적인 AI 기술을 선보이고 그 성과를 입증해온 크래프트의 기술은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트는 2020년 매출 14억원, 영업손실 54억원을 냈다. 최대주주는 50%를 보유한 김형식 대표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가 2016년 크래프트를 창업했다. 지난해 5월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50억원을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가 1750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두 배 이상 뛰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크래프트는 이번에 유치한 자금을 해외 사업 확장과 AI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크래프트는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홍콩과 뉴욕을 기반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스마트베타 ETF 사업을 총괄했던 로버트 네스토 매니징 디렉터를 크래프트 미국 법인의 수장으로 선임하는 등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프트뱅크와 크래프트의 AI 기술 기반 운용 역량이 합쳐진다면 100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