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주사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들의 가치 평가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증권업계에서는 물적분할 제도 변화가 지주사와 사업회사들의 가치 평가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세미나를 비롯해 정치권과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의 방향도 이와 마찬가지다. 물적분할 후 상장을 금지하면 분할한 자회사가 미국 나스닥시장 등 해외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금지 자체보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강화하는 쪽이 유력한 상황이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기존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회사 주식을 우선 배정받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런 방안들이 성사되면 핵심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나 사업회사가 주가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게는 50% 이상 자회사 사업가치가 할인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할인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핵심 비상장 자회사가 많은 지주사는 SK가 대표적이다. SK의 핵심 비상장 자회사는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 E&S, SK 에코플랜트, SK 팜테코 등 소재,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을 망라한다. 유안타증권은 이들 자회사의 사업가치만 15조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현재 SK 주가는 비상장 자회사에 50% 이상 할인율을 적용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할인율 30%를 적용해 SK의 목표주가를 48만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SK 주가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