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탐탁지 않아 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법 [한경 코알라]
▶12월 22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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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탐탁지 않아 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법 [한경 코알라]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이제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를 따로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 않지만, 마침 올해는 금요일이 이브, 토요일이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오랜만에 부모님 집을 방문하여 저녁 식사를 하는 가정이 많을 것 같다.

미국은 얼마 전에 있었던 추수감사절에 이어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까지가 우리나라의 추석에 견줄 만한 민족의 대명절 기간이다. 특히 땅덩어리가 넓고 일찍 독립하는 미국인들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면 선물을 한 보따리씩 사 들고 부모님과 친지들이 있는 고향에 방문하여 함께 연말을 보내는 풍경이 흔하다.

오늘의 주제는 다가오는 연말연시에 대비하여 우리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꼭 알고 있어야 할 상식에 관한 내용이다. 원래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저녁 식사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에는 결혼, 2세 계획,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등이 있었는데, 이제는 암호화폐도 공식적으로 추가되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2012년만 해도 비트코인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곳은 실크로드(Silk Road,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았던 마약 밀매 사이트)가 유일했지만, 이제 비트코인은 한 국가의 법정통화로 지정될 만큼 그 위상과 안정성이 높아졌다. 만약 올해에는 기필코 부모님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게 만들 계획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자.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지 않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그의 오랜 친구 찰리 멍거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비트코인에는 실제로 내재가치가 없다. 내재가치란 본래 주식시장에서 쓰는 용어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상할 수 없으면 가치평가가 불가능하므로 내재가치가 없다는 말은 일견 맞는 말이다.

다만 애초에 내재가치를 운운하며 주식과 비교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용도를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비트코인의 탄생 목적은 현대 신용화폐를 대체하는 것이며 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 원화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도 내재가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비트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이 전 세계 모든 신용화폐의 통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75% 정도로, 통화별 시가총액 기준으로 스위스 프랑 바로 아래인 14위에 랭크되어 있다.

만약 부모님이 비트코인에는 내재가치가 없어서 불안하다고 말씀하신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내재가치가 아니라 국제 통화로서 위 순위가 한 계단 한 계단 상승할수록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된다.

“비트코인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환경에 안좋다는데?”

비트코인이 다른 암호화폐들보다 전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지난 12년 동안 한 번도 해킹당하지 않을 정도로 극상의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구조 덕분이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의 어느 권력자가 아무리 맘을 독하게 먹어도 셧다운시킬 수 없게끔 하기 위하여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육군 병력 전부가 동네의 조그만 학교 운동장을 지키기 위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비트코인의 보안성이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어머니가 TV에서 방영 중인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전기 낭비며 시간 낭비일까? 은퇴하신 아버지가 커다란 SUV를 운전하는 것은 과연 돈 낭비며 기름 낭비일까? 우리로선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전기가 낭비로 보일 수 있지만, 전쟁이 터져서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나라, 또는 독재정권이 강제로 국민의 재산을 몰수하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천조국의 병력 전체가 방어해주는 수준의 저항성을 지닌 비트코인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부모님이 비트코인의 전기 사용을 걱정하신다면 함부로 주관적 판단의 오류에 빠지지 말 것을 강조해 드리자. 내 눈에 쓸모없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도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텍사스주 록데일의 윈스톤 US의 비트코인 채굴 시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새로운 채굴 장비들을 설치하고 있다.  /AFP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텍사스주 록데일의 윈스톤 US의 비트코인 채굴 시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새로운 채굴 장비들을 설치하고 있다. /AFP

“비트코인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며? 근데 어떻게 믿니?”

우리는 지금 인터넷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쓰고 있는 것일까? 이메일은 어떨까? 심지어 라이코스, 엠파스 등 1세대 이메일 서비스들이 모두 망했는데도 우리는 왜 여전히 이메일을 사용할까?

어떤 기술이 만인에게 사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다수의 삶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지 위대한 창시자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12년째 운영되며 1천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산으로 성장했으며, 이미 30억 명에 달하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가 없는 금융소외 계층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누가 만들었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국가가 발행한 화폐다. 미국의 연준이 그렇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투표를 통해 선출된 것도 아닌 11명의 교수와 변호사 출신 학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앉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은 괜찮은 건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번 역으로 여쭤보자.

“정부가 금지해버리면 어떡하니?”

얼마 전 실제로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매매를 모두 금지했으나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잘 살아있다. 가격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오른 상태다. 중국에서 채굴산업이 깔끔하게 사라지자 오히려 비트코인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전기가 깨끗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굴산업의 메카가 북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주요 전력 생산원이 수력,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금지할 수 있을까?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인구는 전체의 10% 정도 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정치인이 자신에게 투표할 인구 10%를 적으로 돌리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비트코인을 보유한 인구가 40%로 늘어나면? 금지 조처를 하는 즉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만약 세계 각국의 모든 정부가 연합해서 비트코인을 금지하기로 합의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각국 정상들의 뜻이 그렇게 쉽게 한마음 한뜻으로 잘 맞는다면,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줄이기로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협정도 잘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이미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14일 오전 서울 역삼동 빗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5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경DB
14일 오전 서울 역삼동 빗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5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경DB

“가격 변동이 너무 심해서 불안한데!”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암호화폐, 심지어 주식이나 부동산까지 지난 10년간 열 배, 스무 배씩 가격이 오른 자산은 모두 급격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원래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것은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하기 마련이다.

사실 지금 같은 신용화폐가 아닌 금 태환 화폐 시절에는 미국 달러도 변동성에 시달렸다. 돈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몰려도 통화량이 임의대로 늘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대신 오르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때의 달러는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즉, 지금 돈을 소비하기보다 저축하면 미래에 가치가 더 오를 것이 당연했으므로 사람들은 저축을 많이 했다.

지금은 어떨까? 통화 가치는 안정되었지만, 은행 금리는 바닥을 치고 있다. 물가 상승률보다 한참 밑도는 이자를 주는 은행에 돈을 넣는 것은 바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코인 투자에 매달리고 있다. 자, 통화 가치가 안정된 덕분에 정의롭고 안정적인 세상이 되었나? 비트코인은 다시 사람들이 저축할 유인을 줄 수 있는 ‘하드 머니(hard money)’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 비트코인에 대해 잘 모르는 가족, 친지 또는 친구들에게 비트코인에 관해 설명하고 가르쳐주는 행위를 ‘오렌지 필(orange pill)’ 한다고 표현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현실 세계로 나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중 하나를 선택했던 장면에서 기인한 표현이다.

돈의 가치가 중앙은행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 세계에서 주변 사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오렌지색 알약(비트코인 로고의 색이 오렌지색이다)을 먹게 하라는 뜻이다.

미국에는 이 일을 하기 위해 현직을 버리고 비트코인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도 많다. 전 트위터 CEO인 잭 도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이번 주말엔 힘들게 직장 다니며 받는 월급을 암호화폐 사는데 쓰는 당신을 도저히 이해 못하는 부모님을 ‘오렌지 필’ 해보자. 코인에 투자하는 당신을 위험하게 도박하는 사람 취급하는 잘나가는 전문직 친지, 친구들을 논리로 이겨보자. 이번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 자리의 가장 핫한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