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400으로 제시했다. 외국계 IB 중 가장 높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700에서 3350으로, 3250에서 3000으로 각각 하향한 바 있다.

박지훈 CS 한국 금융 및 전략 담당 부문장은 10일 ‘2022년도 한국 주식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400선으로 제시한 이유 중 하나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꼽았다. 올해 초 지수가 급등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은 14~15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해 하반기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등에 대한 이익 전망치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급격하게 하락했고, PER은 평균 수준인 10~11배 수준에 도달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된 것이다.

내년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려잡았다. 박 부문장은 “내년에도 올해 대비 영업이익이 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에 대한 역기저효과로 순수출은 적어보일 수 있지만, ‘위드 코로나’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T와 자동차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을 멈추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이들 업종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박 부문장은 “시장은 이미 내년 이익 전망치 하향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공급에 숨통이 트이고, 각종 생산 차질이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내년 2분기가 되면 이익 하향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한국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적으로 최근 네 번의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은 취임 첫해 지수가 상승했다. 평균 수익률은 17%였다.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느냐다. 그동안 코스피지수는 원·달러 환율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CS는 내년 하반기에 달러 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문장은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때 한국 시장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