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수장으로 임명된 경계현 사장은 전자 계열사에서 전자 대표이사로 ‘컴백’한 이례적 인사로 꼽힌다.

경 사장은 삼성 내부에서 기술력과 공감·소통능력을 겸비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한 경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메모리 사업부 D램 설계팀, 플래시(낸드플래시) 개발실, 솔루션개발실 등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어낸 기술을 여럿 개발해냈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플래시개발실 담당 상무였던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입체 V낸드플래시 개발을 주도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삼성전기 사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취임식을 생략하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매주 직원들과의 대화 코너인 ‘썰톡’ 행사에서는 “왜 우리는 삼성전자처럼 성과급을 많이 못 받나” 등 민감한 질문에도 솔직히 답해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전자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인사제도 혁신에 앞장서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편한 인사제도 내용 중 호칭파괴, 직급 비공개, 동료평가 등은 삼성전기에서 지난해 먼저 도입했을 정도다.

경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만만치 않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사수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세계 1위로 키워내야 한다.

전임인 김기남 종합기술원 회장은 앞으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에 힘쓰게 됐다. 역대 삼성 전문경영인 중 여덟 번째 회장이다. 종합기술원은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첨단 소프트웨어 등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