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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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상장한 반도체 관련주 주가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파죽지세다. 한 달 사이 20% 넘게 급등했다. 비중이 가장 큰 엔비디아가 급상승한 영향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일(현지시간) 1.25% 오른 3803.3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8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달 새 20% 넘게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인 SOXL은 1개월 새 65% 올랐다.

엔비디아가 한 달새 48% 급등했다. 같은 기간 TSMC도 4.70% 상승했다. 이날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AMD가 10.14% 급등하며 힘을 보탰다. ASML(17.74%), 브로드컴(13.53%) 등도 상승세에 가담했다.

우선 지수 상승을 이끈 엔비디아 전망이 긍정적이다.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저장장치(GPU)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가 가파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표주가 평균이 234달러인데 반해 현 주가가 308달러대인 건 단기적으로 부담스런 구간임을 보여준다. 최고 목표주가인 320달러로 따라잡을 기세다. 암호화폐 전용 칩 출시와 함께 자체 CPU(Grace)를 내놓으면서 성장성을 더한 영향이다.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힌 게 결정타였다. 메타버스 시장 확장세에 따라 더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전망은 좋단 얘기다.

다른 종목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조적 성장세에 놓여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와 NXP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장비 업종의 황제주로 꼽히는 ASML도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MD는 메타 플랫폼스(전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에픽 칩을 공급하기로 발표하면서 주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상무)은 "AMD가 메타 플랫폼스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에픽(EPYC) 칩으로 인해 인텔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데이터센터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는 최고경영자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수 자체가 급등한 만큼 상승세 둔화 또는 조정의 가능성이 커졌다. 메타버스 등 관련 반도체로 관심이 쏠리면서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단 얘기다. 김동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성 종목들의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