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Money 읽기
(68) 외국인 매수의 의미

5개월 만에 순매수 전환됐지만
반도체 불황에 대형주 비중 적어

중소형주서 잡히는 외국인 매수
대부분이 CFD 통한 한국인 자금
'외인들 돌아왔다'고 믿었다면…당신은 주식 하수

‘외국인 18일 만에 순매수…삼성전자 집중 매입’, ‘외국인 경기방어주는 사들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당시 증권부 기자였던 필자는 외국인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가 한창일 때라 외국인 매수 종목은 ‘읽히는 기사’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외국인이 무슨 종목을 사는지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그런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하는 외국인 관련 기사는 여전히 단골 메뉴다. 최근에 보도된 ‘한 달간 5조원 팔아치운 외국인…이 와중에 쓸어담은 종목 봤더니’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외인들 돌아왔다'고 믿었다면…당신은 주식 하수

외국인 매수를 반기는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인터넷 종목 토론방에서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인들이 엄청 샀네요. 대상승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외국인들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네’처럼 ‘외국인 매수=호재’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왜 이런 인식을 갖는 것일까. 외국인은 왠지 모르게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한발 앞서 올바른 투자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자금력도 막대해서 매수 타깃으로 꼽은 종목엔 돈을 쏟아부을 것 같은 ‘환상’을 갖기도 한다.

이런 환상과 달리 “외국인도 그냥 수많은 투자자 중 일부일 뿐”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외국인 자금 대부분은 패시브 자금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자금이 펀드에 들어오면 투자비율에 맞춰 한국 시장을 사고, 자금이 빠지면 판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A씨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판단하는 기준은 반도체”라며 “지금은 반도체 업황이 부정적이어서 한국 시장에서 계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업황 말고는 환율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환율이 다소 안정돼 외국인 매도세가 누그러졌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형주를 포함해 개별 종목을 아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중소형주를 유심히 분석해 투자하는 외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소형주에서 나타나는 외국인 순매수는 무엇인가. 과거엔 ‘검은 머리 외국인’이란 말이 많이 쓰였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투자하는 한국인 자금을 가리키는 증권가 은어다.

요새는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가 새로운 ‘검은 머리 외국인’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CFD는 개인투자자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사고팔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대주주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수수료가 비싸지만 선물 투자처럼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CFD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CFD로 매수하면 외국인 매수로 잡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FD를 통한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시장 전체로 외국인 순매수가 소액으로 잡히는 경우엔 CFD가 순매수를 만든 주역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살 때 사용하는 대형주 바스켓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형주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난다면 그중 대부분은 CFD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CFD는 합법적인 투자 방법이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CFD로 인한 외국인 매수 착시 현상을 오해해 ‘무작정 따라 사기’를 하는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의 정보력과 자금력에 대한 맹신도 피해야 한다. 외국인 매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합리적일 듯싶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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