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지난 20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과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신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투자 금액은 1조3216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3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는 수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신호’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뿐 아니라 열차·선박·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1주일간 수소산업 밸류체인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24% 뛴 상아프론테크…'수소 밸류체인' 뜬다

○수소 밸류체인 주가 급등

현대모비스는 8월 넷째주(23~27일) 한 주간 8% 오른 2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소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었다. 효성그룹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독일 린데와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할 예정으로 국내 수소충전소 점유율 1위인 효성중공업(18%), 수소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효성첨단소재(14%)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분제어장치와 막전극접합체(MEA)를 생산하고 있어 수소 관련주로 분류된다. 이 기간 주가는 17% 상승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만드는 두산퓨얼셀(17%),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원료인 고분자전해질막(멤브레인)을 만드는 상아프론테크(24%)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

국내외 호재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수소산업이 포함됐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하면서 주요 도로 150㎞마다 수소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각종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7일 현대차그룹이 수소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글로벌 행사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개최할 예정이다. 8일에는 현대자동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두산, 효성, 코오롱 등 10개 그룹이 주축이 된 수소기업협의체가 공식 출범한다. 각사 총수들이 8~10일 열리는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기업 간 협업을 약속하고 수소경제 실현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대체 불가능한 업체 발굴할 때”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 테마가 전기차·2차전지 테마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장기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크다고 분석한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전기차 소재의 경우 많은 후발주자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투자 및 마진 경쟁을 벌여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며 “반면 아직 시장 진입 초입 국면에 있는 수소산업은 매출, 마진, 밸류에이션이 큰 폭으로 성장할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수소연료전지 멤브레인은 연료전지 내 전기를 발생시키는 스택의 핵심 소재다. 상아프론테크는 45년 이상 쌓은 불소수지 가공 기술을 활용해 고품질 PTFE 나노 멤브레인을 국산화했다. 그 전까지는 미국 고어사가 시장을 잠식해 수입에 의존해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아프론테크가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멤브레인은 수소 시대에 가장 필요한 소재로, 멤브레인 하나만으로도 글로벌 소재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소 밸류체인에 투자하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글로벌X 하이드로젠 ETF(HYDR)가 대표적이다. 캐나다 수소연료전지 기업 발라드 파워 시스템즈(BLDP), 플러그파워(PLUG), 블룸에너지(BE) 등을 담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에는 두산퓨얼셀을 4.97% 담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