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점진적 축소)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2013년의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던 2013년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 중 아직 저평가돼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8년전 테이퍼링 보니…"조선·은행株 주목"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했고, 그해 12월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했다. 2014년 들어 10월까지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했고,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6일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Fed가 내년 초 테이퍼링에 돌입해 2023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그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2013년 3분기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28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에도 코스피지수는 7% 상승했다. 성장주와 가치주가 함께 상승했다는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당시 성장주로 분류된 소프트웨어 업종 지수가 14% 올랐고, 가치주였던 조선 업종 지수가 35% 상승했다.

당시 국제 유가와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2분기 말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7달러에서 3분기 말 102달러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5%에서 2.6%로 올랐다. 가치주는 날아올랐다. 2013년 상반기 이들 종목 수익률이 안 좋았던 만큼 저평가 매력까지 더해졌다.

올해 상황은 2013년과 비슷한 듯 다르다. 상반기 이미 가치주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치주가 모두 저평가돼 있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2013년 하반기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교했을 때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국제 유가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2013년보다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는 조선과 은행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KRX은행지수는 31%, 조선 업종이 포함된 KRX기계장비지수는 30% 올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2013년 고점과 비교하면 저평가돼 있다. 은행주 PBR은 2013년(0.61배)보다 낮은 0.41배, 조선주도 2013년(1.18배)보다 낮은 1.05배에 불과하다. 반면 화학 업종 PBR은 1.72배로, 2013년(1.11배)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