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들이 쿠팡 상장 5거래일 만에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4거래일 연속 1000억원어치 가까이 순매수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120만 주 매도 소식이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매도 과정을 착각한 데서 생긴 오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 17일 쿠팡 주식을 약 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11일부터 16일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8818만달러(약 9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해외주식 중 순매수 1위다. 하지만 5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사이트를 통해 김 의장이 15일 클래스 A주식 120만 주를 주당 35달러에 매도했다고 16일 공시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김 의장이 차익실현을 위해 투자자들을 등졌다”, “로켓 먹튀냐” 하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15일은 실거래 날짜가 아니라 전산상 신고 절차가 완료된 날짜를 뜻한다. 김 의장이 매도한 120만 주는 쿠팡이 기업공개를 위해 준비한 구주매출 2000만 주의 일부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의 주식을 파는 것을 말한다. 이 구주매출은 상장 후 시장에서 팔리는 게 아니라 기업공개 공모 주식 수에 포함된다. 쿠팡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신주 1억 주와 구주 2000만 주를 합쳐 총 1억2000만 주를 공모했다. 김 의장의 120만 주는 공모주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상장 전에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15일 쿠팡 최저가격이 49.02달러인데도 김 의장의 매도가가 공모가인 35달러였던 이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업공개 시장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