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은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양사의 전략적 협력 결정은 최근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쿠팡의 독주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네이버 상품 경쟁력 강화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 극대화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네이버와 신세계는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주식 교환 등을 통한 제휴협력 방안을 의결했다.이날 네이버는 1500억원 규모의 이마트 자사주와 1000억원어치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을 자사주와 맞교환하기로 했다.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이마트 3대 주주(2.96%)로 올라서게 된다.이번 결정으로 네이버는 물류 부문과 상품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신세계는 현재 이마트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통해 주문부터 배송준비까지 전 과정을 대부분 자동화 공정으로 처리하고 있다.특히 김포와 용인에 있는 3곳의 풀필먼트센터(온라인 주문용 상품의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물류시설)는 신선식품 배송에 특화돼 있다.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의 '쓱배송' 이 결합하면 전국 곳곳에 빠르게 신선식품 배송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는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의 주식 교환을 한 바 있다.상품 카테고리 측면에서도 다각화가 기대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의류·화장품·생활용품 상품 수혈을 통해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패션·뷰티 명품 브랜드 카테고리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앞으로 패션·뷰티 브랜드의 △신제품 론칭쇼 △독점 라이브 커머스 △온라인 명품관 △1대1 퍼스널 쇼퍼 서비스 △백화점 멤버십과 연계한 프리미엄 배송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택배사, 유통점 전력적 투자한 알리바바와 유사한 행보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지분교환 등 최근 행보가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의 사업모델과 닮아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로 사세를 키웠다는 점에서 포털 사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시작점은 다르지만 전자상거래 1위 사업자로 최근 상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풀필먼트 사업에 공을 들이는 등 유사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알리바바는 2016년부터 '신소매(New Retail)'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 및 물류업체와 지분투자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신소매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인타이(백화점), 쑤닝(가전 유통업체), 싼장쇼핑(슈퍼마켓), 바이리엔(유통기업) 등 전통 소매업체와 차례로 전략적 협력을 맺고 플랫폼에 편입시키며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특히 알리바바는 최근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물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부문에도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앞서 알리바바는 윈다, 선퉁, 중퉁, 위안퉁 등 중국 주요 택배 회사의 지분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들 택배 회사는 알리바바에서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는 택배 물량 70%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자체 물류업체인 차이냐오를 통해 인공지능(AI) 로봇 물류창고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중국 국내 24시간, 국외 72시간' 제품 배달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 물류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이같이 알리바바는 전통적인 유통업체와 택배업체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온·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는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물류에 대한 고민을 해왔으며 결국 알리바바의 모델에 가까운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생태계 구축 경쟁이 치열하고, 트래픽을 창출하는 e커머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류를 해결해야 하며, 네이버는 쿠팡의 최대 강점인 빠른 배송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앞으로 네이버는 아마존의 유료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과 같이 빠른 배송을 네이버 멤버쉽의 혜택에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매우 강력한 락인(rock-in)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33억6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신세계 총수 일가는 그룹에서 총 142억원을 수령했다.17일 이마트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급여 20억3400만원, 상여 13억3400만원을 받았다. 전년 보수(35억6200만원)보다는 소폭 줄었다.이마트 측은 “(정 부회장이)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매출 14조2138억원과 영업이익 2950억원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며 “기업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위한 역량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에서 29억6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7억9400만원, 상여 11억6600만원이다. 역시 전년(31억1400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신세계 측은 “백화점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영업이익 1268억원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그룹에서 총 39억5400만원을 수령했다. 신세계에서 12억6100만원, 이마트에서 26억9300만원을 받았다. 그의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도 같은 금액을 받았다.총수 일가가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에서 받은 연봉을 모두 합하면 142억3600만원이다. 전년인 2019년에는 148억3800만원을 받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가 장 초반 강세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2500억원 규모 주식교환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17일 오전 9시50분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전 거래일 대비 4500원(2.20%) 오른 20만9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장중에는 21만70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전날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2500억원 규모 지분을 상호 교환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커머스와 물류, 멤버십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이마트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네이버 주식을 각각 38만9106주(0.24%), 25만9404주(0.16%) 확보했다. 네이버는 이마트 주식 82만4176주(2.96%)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만8998주(6.85%)를 취득했다.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채널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동 한경닷컴 기자 n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