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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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을 꼽으라면 보통 금융주를 떠올린다. 이밖에도 담배 등의 내수주, 통신주가 고배당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고배당주’를 담은 ETF는 지난 1년 수익률이 저조했다. 코스피 지수가 한 해 동안 35% 가까이 오르는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ETF도 있다. 반대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배당주 ETF도 있다. 배당수익률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한 ‘배당성장 ETF’였다.

국내 종목을 담은 배당주 ETF 20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15.05%다. 코스피 수익률을 한참 밑돈다. 개별 ETF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ARIRANG 고배당주’는 1년 새 2.12% 떨어진 데 반해, ‘KBSTAR KQ고배당’은 36.55% 올랐다. 두 ETF는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담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ETF처럼 보이지만, 수익률은 38.67%포인트만큼 차이가 벌어졌다. 배당주 ETF 안에서도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배당 ETF는 ‘배당 성장’ 전략을 택한 종목이었다. 종목을 편입할 때 가장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부터 담는 대신 기업의 이익개선이나 성장성까지 고려하는 전략이다. KODEX 배당성장(31.75%) TIGER 배당성장(31.40%) KINDEX 배당성장(31.60%)등이 이 전략으로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냈다. 세 ETF 모두 ‘코스피 배당성장 50’ 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들을 포함하는 지수다. 세 ETF 모두 현대차 비중이 5% 이상으로 가장 높다. 배당을 많이 주는 금융주에 치우치지 않고 친환경 화학기업인 휴켐스, 수소 사업을 확장하는 효성 등을 담고 있다.

바이오 기업을 가장 많이 담은 배당주 ETF도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현금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담는 ‘KBSTAR KQ고배당’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비중이 9.58%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을 지급하지만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아 포함돼있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업은 0.58%만 포함하고 있다. 대신 SK머티리얼즈, 실리콘웍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다. IT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33.85%를 차지한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금융주가 예전처럼 큰 주목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이익개선까지 고려한 ETF가 같은 배당전략 ETF 중에서도 앞으로 부각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대세를 따라가는 전략도 지난해 선방했다. 몇 개 대형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증시의 특성을 고려해 대형주 비중을 높인 ETF다. ‘KBSTAR 대형 고배당10TR’은 지난 1년 35.61% 상승했다. 삼성전자(26%) SK하이닉스(22%) 현대차(15%) 등을 담은 종목이다. 금융업종은 모두 합쳐도 포트폴리오의 16%에 그친다. 박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을 먼저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대신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 대형주를 담으면서 배당금도 감안하는 전략”이라며 “지난해 삼성전자 등이 크게 오르며 수익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당수익률에 ‘올인’하는 ETF는 저조했다. ‘ARIRANG 고배당주’는 한 해 간 2.12% 떨어지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고배당주인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 SK텔레콤, KT&G 등을 담고 있다. 이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순서대로 30종목을 편입하는 FnGuide 고배당 지수다. 금융업종만 60% 포함돼있다. 이밖에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주와 리츠 위주로 구성된 ‘HANARO 고배당’(3.45%),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2.18%) ‘KOSEF고배당’(-1.47%)도 시장을 한참 밑도는 성과를 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금융업, 리츠가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지난해에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투자 성향과 환경에 따라 다른 ETF를 고를 것을 조언했다. 배당성장 스타일은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분배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KODEX 배당성장’은 지난해 주당 270원으로 2.4%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했다.

대형주 중심의 배당 ETF 수익률은 반도체 업황에 좌우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올해 반도체 싸이클을 상승 국면으로 바라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코스피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포트폴리오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지난해 부진했던 배당수익률 ‘올인형’ ETF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이 점차 돌아가고 경기가 회복되면 고배당 ETF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이므로 지난해처럼 배당이 갑자기 삭감될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ETF 가격도 하락한 상태이므로 가격 부담이 적다. 분배금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ARIRNAG 고배당주’는 지난해 주당 470으로 5%대 분배금을 지급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