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때 관련 협력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증시 주도주로 떠오를 때가 그랬다.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자율주행차 개발도 가속화되면서 자동차산업의 밸류체인도 변화하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과 전동화 부품, 엔터테인먼트 업종 등이 자동차 관련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5년 뒤 자동차와 IT 섹터를 구분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지금은 미래차 관련주가 다른 산업과 빠르게 융합해가고 있는 대변화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차는 달리는 IT기기"…현대차 '새로운 생태계'에 주목

OLED도 전기차 관련주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협력에 나서는 건 2011년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공급 이후 10년여 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을 디스플레이 업종이 미래차 밸류체인으로 본격 편입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미래차에는 디스플레이가 더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OLED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방식이다. OLED는 낮은 소비전력, 곡선 등 디자인 자유도, 경량화 등의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유리 대신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이나 구글 등의 미래차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OLED는 향후 미래차 디스플레이 환경 구현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OLED 관련주들이 점차 미래차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OLED 밸류체인으로는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덕산네오룩스, AP시스템, 예스티 등이 대표적이다. 원익IPS는 주력인 반도체 장비 부문의 호황과 더불어 디스플레이 부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21.9% 늘어난 2185억원이다.

융합하는 자동차와 IT

2차전지가 전기차 프리미엄을 본격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였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한 효과가 컸다. 지난해 말부터는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 등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주들이 또다시 달렸다. 여기에 전동화 부품주들이 전기차 관련주로 본격 묶이며 랠리에 올라탔다.

현대모비스, S&T모티브, 한온시스템 등 전동화 부품 매출이 늘어나는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자율주행, 전기모터, 열관리시스템 등 미래차 관련 부품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IT 기업들도 전기차에 뛰어들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뛰어들려는 미래 먹거리를 보고만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콘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물색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래차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현대의 OLED 협력은 향후 차량용 반도체의 협업을 예고하는 성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의 합작사 설립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사례다. LG전자 VS(자동차부품)사업본부에 대한 기대 덕이다. VS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5조801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전자 측은 2024년까지 연평균 15%의 고성장을 전망했다.

어디까지 영토 넓힐까

자율주행하는 미래차에서는 차량 내에서 즐길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향후 미래차 공급 소식이 나오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을 수 있단 얘기다. 지니뮤직이 최근 테슬라 탑재 소식으로 급등했던 게 상징적이다. 사실무근이었다지만 방향성과 기대감을 보여줬다. 차량 내에서 쇼핑 등을 즐기면서 커머스 관련 산업도 미래차 관련주로 묶일 수 있다. ‘홈쇼핑’이 아니라 ‘카쇼핑’의 등장이다. 결제 수단인 차량 내 핀테크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운전자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페이 기능을 신차마다 굳이 넣어두고 있는 이유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