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랠리를 펼치는 동안 국내 중국 관련주는 소외돼 있었다. 한·중 관계 정상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여파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 F&F 등의 주가가 작년 한 해 크게 오르지 못한 이유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하는 등 중국의 실물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올해는 중국 소비 회복의 수혜를 볼 종목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중국 시장 살아난다"…화장품·의류株의 '귀환'

대표 ‘중국 수출주’ 화장품

중국 경제가 올해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업종은 화장품이다. 아직까지 국내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하지만 중국 매출은 큰 폭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탈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4%, 88.07% 줄어들며 4분기 연속 역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0.51% 늘어난 1조2497억원, 영업이익은 109.51% 증가한 127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올 들어 12.38% 뛰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에 머물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매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4분기 중국 법인 매출이 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하이와 광저우 법인의 주문 수량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맥스 주가가 최근 10만원 선을 돌파한 이유다. 김혜미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 미만”이라며 “화장품업계 자체가 실적이 개선되는 와중에 코스맥스는 다른 대형 브랜드사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 ‘에이지 트웨니스’ 브랜드로 알려진 애경산업이 중국 매출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F&F, ‘런닝맨’으로 중국에서 인기

의류 기업인 F&F도 중국 매출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야구 모자 브랜드인 MLB가 중국에서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노출되면서 매출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MLB의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1% 늘어난 295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광군제 매출도 1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중국 매출은 1819억원으로 지난해 605억원 대비 201%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방 브랜드 ‘캉골’로 알려진 에스제이그룹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한다. 상반기에는 하이난 면세점, 오는 7월부터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 입점한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F&F도 201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112% 늘었다”며 중국 수출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임·임플란트·보톡스도 중국 매출 뛰어

게임 기업도 중국 시장 덕을 볼 전망이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는 지난해 중국 정식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받았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2017년 이후 한국 게임에 처음 발급된 판호로 중국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웹젠이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보유한 모바일 게임 ‘영요대천사’도 지난 6일 중국에 출시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시 직후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영요대천사’보다 기대 수준이 높은 ‘전민기적2 중국’도 올해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플란트 전문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중국 매출이 실적을 이끌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국 매출은 15.3% 증가했으며 올해는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중국에 보톡스를 수출하는 휴젤, 건설기계를 수출하는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올해 중국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이들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5.8%, 12.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