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증시는 성장주가 이끌었다. 투자자는 지금은 이익을 못 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열광했다. 성장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거 교체됐다. 올초 82위였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엔비디아 페이팔 등 반도체, 핀테크 기업도 약진했다.
2020년은 성장株의 해…美증시 '반·전·핀' 약진

테슬라 72계단 점프…니오는 GM 추월

23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시총 상위 5개 기업은 연초 순위를 그대로 지켰다.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알파벳(GOOG) 페이스북(FB)이다. 1위 애플은 시총이 2조2250억달러(약 2450조원)로 삼성전자의 다섯 배에 달했다. 1년 새 2위 마이크로소프트(1조6730억달러)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는 1050억달러였던 차이가 5520억달러까지 늘었다. 연초 7위였던 JP모간체이스(JPM)는 11위로 밀려났다.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테슬라다. 연초 780억달러(약 86조원)였던 시총은 6100억달러(약 672조원)로 급증했다. 시총 순위도 82위에서 6위로 수직 상승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7위로 밀려났다.

다른 전기차 기업들도 약진했다. 2014년 설립된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NIO)는 110년 역사의 제너럴모터스(GM) 시총을 지난 11월 추월했다. 니오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2년 만이다. 니오 시총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400억달러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732억달러를 돌파했다. 607억달러 시총의 GM과 100억달러 넘게 격차를 벌렸다. 샤오펑(XPENG)과 리오토(LI) 역시 연초 대비 각각 208%, 198% 뛰며 전기차 랠리에 가세했다.

AI·5G에 M&A로 대응한 반도체

반도체 기업 주가도 급등했다. 인공지능과 5세대(5G) 통신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래픽 반도체(GPU)기업 엔비디아(NVDA)는 연초 대비 26계단 올라 시총 14위에 올랐다. 1년간 주가가 세 배로 불어나며 시총이 3221억달러를 돌파했다. 퀄컴(QCOM)은 27계단 상승해 시총 38위에, 100위권 밖이던 AMD는 61위에 올랐다.

반도체시장 확대에 맞춰 사업을 다각화한 전략이 빛을 봤다. 기존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외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에도 대응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GPU가 본업이었지만 지난 9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인수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기존에 영위하지 않았던 모바일 GPU와 서버 CPU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MD도 10월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PC와 게임용 콘솔 칩을 넘어 데이터센터 칩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핀테크 날아갈 때 체면 구긴 은행

금융업계에서도 신산업이 강세였다. 핀테크 기업 시총은 늘고, 전통 금융 기업의 시총은 쪼그라들었다.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PYPL)은 연초 대비 순위가 31계단 올라 17위에 안착했다. 주가가 1년간 221% 급등하며 시총은 2394억달러를 기록했다. 간편결제 기업 스퀘어(SQ)도 370% 올라 시총 1042억달러를 찍으며 100위권 안쪽에 새로 진입했다.

반면 전통 금융업은 고전했다. 연초 7위권이었던 JP모간체이스는 10위 밖으로 쫓겨났고,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7계단 내려가며 19위까지 떨어졌다. 핀테크 기업 강세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한 덕분이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전자결제가 늘어난 것이다.

페이팔은 올해 20.6% 늘어난 214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언택트 수혜 기업이다 보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재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 지표의 증가폭은 올해보다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전자결제는 성장하는 분야”라며 “온라인 쇼핑 인구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면서 페이팔도 디지털 결제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