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는 30대 직장인 장모씨(31)는 29일 주식 계좌를 열어보고 심란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초 투자했던 애플과 엔비디아 주가가 이달 들어 내내 부진하더니 전날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화강세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손실은 더 커진 상황이다. 장씨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손절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장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해외주식 종목들은 줄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페이스북(-5.51%), 알파벳A(-5.51%), 애플(-4.63%), 테슬라(-4.39%), 아마존(-3.76%) 등이 조정을 받았다. 내달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데다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다시 급속도로 늘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달 들어 미국 주요 대형주들은 대선 불확실성과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 지연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에서 1130원대까지 급속도로 빠지며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폭을 키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이달 들어 27일까지 미국 시장에서 10억9221만달러(약 1조23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 규모인 3592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테슬라(2304억원), 애플(944억원), 아마존(750억원) 등을 주로 순매수했다. 지난달 말 1달러당 1160원을 적용받고 테슬라를 산 투자자라면 테슬라 주가는 5.36% 떨어졌지만 환차손을 반영한 수익률은 -8%에 가깝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대선 전까지 섣부른 추가 매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아직 저점을 확인하지 못한 만큼 섣부르게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다"며 "장기투자를 한다해도 분할매수를 통해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장기투자자라면 매수 기회로 삼을 때라는 조언도 있다. 대선 이후 주가가 급반등할 경우 매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걸 이미 지난 6개월간 학습했다는 게 주요 근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장기투자자라면 지금의 조정장은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은 움직여도 위 아래로 5% 수준이었던 만큼 환율 걱정에 투자를 망설여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