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최저점을 찍었던 2개월 전과 비교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2일 1970.13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중 최저점(1,457.64)을 찍었던 지난 3월 19일보다 35.2% 반등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 상승폭은 더 컸다. 두 달 전 최저점(428.35) 대비 65.4% 상승한 708.58까지 회복했다.

한국 증시 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저점 대비 각각 31.5%, 32.1%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5.9% 상승했지만, 코스닥 상승률보다는 낮았다.

독일 DAX지수(31.2%), 영국 FTSE 100(20.0%), 프랑스 CAC40(18.4%), 호주 ASX200(20.9%) 등도 한국 증시 반등 수준에 못 미쳤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닛케이지수 상승률(23.2%)이 코스피보다 낮았고, 중국 상하이지수(5.8%)와 홍콩 항셍지수(5.7%)는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반등폭이 컸던 측면도 있지만, 비대면·바이오 관련주도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초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모비스, 포스코, 삼성물산 등 전통적 제조업이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현대차는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들 대신 삼성SDI와 카카오 등이 10위권으로 들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1.94%와 2.06%에서 각각 3.09%와 2.86%로 높아졌다. 올해 초 시가총액 순위가 20위 밖이었던 카카오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9위까지 뛰어올랐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제약과 씨젠, 알테오젠 등 바이오, 진단키트 관련주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식시장이 현실보다 더 빨리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주식시장의 지형 변화를 가속화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