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고객에게 원금의 30~70%를 보상하기로 했다.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자발적으로 손실 보상에 나선 것은 신영증권에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두 번째다. 수익원으로 꼽히는 신탁부의 신규 영업도 중단한다. 수익성보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원금 70%까지 보상

신한금투, 라임 손실 30~70% 보상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사를 통해 라임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안을 확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보상안에 따르면 라임 국내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액 기준으로 3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무역금융펀드는 원금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개방형은 원금의 30%, 폐쇄형은 70%를 보상한다. 회사 측은 “무역금융펀드 중 자발적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의 경우 투자설명서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던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법인 전문투자자의 경우 보상 비율을 다르게 적용했다. 국내펀드는 손실액의 20%,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은 원금의 20%, 무역금융펀드 폐쇄형은 원금의 50%를 보상한다. 보상은 상반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결과 보상 비율이 달라지면 재정산이 이뤄진다.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하는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부실과 손실 가능성을 알고도 펀드 구조를 바꿔 정상 펀드에 부실을 전가하고,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판매했고,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인지했던 2018년 11월부터는 폐쇄형을 판매했다. 개방형과 폐쇄형의 비중은 45 대 55로 알려졌다.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펀드가 투자하는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기준가를 조작하고, 펀드 구조를 바꿔 부실을 은폐한 것이 밝혀지면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이 구속됐다.

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그동안 상품 문제가 발생한 부서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신탁부는 신규 상품 공급을 중단한다. 대신 기존 상품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사업부도 기존 사업 범위를 축소한다. 신규 업무 대신 자금 대출, 주식 대여, 자산 보관, 결제 등 전문사모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상품 리스크 관리 부서인 상품감리부의 독립성은 강화한다. 판매 조직과 함께 있었던 상품감리부를 금융소비자보호본부로 이동해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증권사 업무 전 분야에 걸친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할 운영 리스크 전담 조직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상품 관련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상품 제조라인을 통해 검증된 자체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외부 운용사 관리 기준을 신설하는 등 운영 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