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지주사인 LG의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된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순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게 근거다. LG가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많이 쌓아놨다는 점도 저평가 근거가 되고 있다.

LG는 지난 1분기 매출 1조5854억원, 영업이익 60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0% 증가해 시장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 자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낸 영향이다.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개 계열사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28.7% 많은 1조904억원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3337억원)을 냈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LG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11일 0.65% 오른 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인데 순자산가치(NAV)는 그 세 배인 30조원에 달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지금이 LG에 투자할 기회라고 했다.

현금 사정도 좋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비주력 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LG퓨얼셀시스템즈, 하이엔텍, LG히타치워터솔루션 등을 매각했다.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서브원과 LG CNS 지분도 일부 팔았다. 지난 2월 LG전자와 LG화학, LG상사 등이 보유하고 있던 비핵심 자산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4000억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LG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순현금 보유액은 6503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현금이 더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외국계 사모펀드(PE) 맥쿼리PE에 매각한 LG CNS 지분 35% 대금 1조원이 2분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LG가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산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11.3% 중 8.8%를 상속받으면서 상속세로 7000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