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증산 경쟁이 조만간 중지될 것이라고 언급해 국내 정유주들이 간만에 기지개를 켰다.

"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곧 끝날 것"…트럼프 발언에 정유株 간만에 반등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1만1000원(20.00%) 오른 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9.58%) GS(8.62%) 등 다른 정유주도 줄줄이 급등했다. 석유제품 판매업체인 흥구석유는 가격제한폭(29.84%)까지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수일 내로 유가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 반등을 둘러싼 기대가 형성된 게 주가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발언 이후 미국에서 거래된 원유 선물 가격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가격은 전날 대비 약 10% 오른 배럴당 22달러 선에 거래됐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35% 넘게 폭등하는 등 원유 파생상품시장도 출렁였다.

정유주는 올 들어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해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3개월 전(3960억원) 대비 52.6% 쪼그라든 1877억원에 그친 배경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원유 가격이 한 자릿수대까지 폭락할지 모른다는 시장의 공포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 및 생산비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WTI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의 괴리율(순자산가치 대비 시장가)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됐다며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